

센터의 연습실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슐런 보드(슐박, Sjoelbak)입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일까요?
나무를 깎아 만든 기다란 슐런 보드는 공이 굴러가는 일종의 레일입니다. 보드 끝부분에는 칸마다 다른 점수가 적혀 있는 4개의 좁은 구멍이 있는데요. 참가자들은 익숙한 듯 보드 앞에 서서 바구니에 있던 동그란 나무토막을 쏟아냅니다. 그리고 집중해서 30개의 나무토막들을 차례로 구멍 안에 밀어 넣습니다. 그 모습이 꼭 당구 같기도 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섬세하게 공을 밀어 넣는 기술은 컬링을 떠올리게도 합니다.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하기 전, 이재훈 강사 참가자들에게 슐런 대회의 진행 방식을 설명합니다. 연습 게임과 다르게 오늘은 실제 대회를 대비하여 심판도 보고 선수마다 점수 결과도 매길 예정입니다.
슐런 대회에서 심판과 선수가 주고받는 신호는 수어입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슐런을 받아들여 정착시킨 사람이 청각장애인이었기 때문인데요. 이재훈 강사가 “첫 번째 게임 시작합니다.”라는 말을 수어로 보여주자, 참가자들 모두가 수어를 따라해 봅니다. 간단한 동작 같아도 정확하게 사인을 주고받기 위해서 여러 번 연습을 해야 합니다.
특별히 이번 사업을 위해 센터에서는 타 협회와 연합을 해서 농아인과 함께 하는 슐런 교실을 운영해왔습니다.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슐런을 알게 되었고, 새로운 인연도 만날 수 있었는데요. 센터의 진형식 소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알게 된 타 협회 참가자들에게 앞으로도 꾸준히 슐런 교실을 찾아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제 바람은 이번 사업이 끝난 이후에도 우리가 계속 모여서 슐런을 즐기고 관계를 지속하는 거예요. 여러분들이 따로 수어를 배우는 것보다도 이렇게 스포츠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수어를 접하다 보면 서로 소통하는 관계가 될 수도 있잖아요.”
모의대회가 시작되자 참가자들의 눈빛이 달라집니다. 초반에는 뜻대로 점수가 나지 않는 것 같더니, 대회가 무르익을수록 구멍을 통과한 나무토막들이 꽤 많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서로가 서로의 심판이 되어주면서 선수가 경기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진지한 모습이 여느 프로 못지않습니다.
슐런 교실의 참가자들은 더 열심히 연습해서 서울, 아니 전국 규모의 슐런 대회까지 출전하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생각만 해도 짜릿한 참가자들의 소망이 꼭 이루어지기를 응원합니다.
정수민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