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부에서 체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슐런(Sjoelen)’은 다소 낯선 종목입니다. 네덜란드 전통 게임인 슐런은 슐박(Sjoelbak)이라 불리는 커다란 보드에 뚫려있는 4개의 구멍으로 나무토막인 퍽(puck)을 밀어 넣는 게임입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퍽을 쥐고 슐박 앞에 서서 최대한 많은 퍽을 구멍으로 통과시키기 위해 팔다리를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운동입니다.
무조건 많이 넣는다고 우승이 아닙니다. 4개의 구멍에 골고루 넣어야 합니다. 한 쪽에만 많이 넣으면 점수를 받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머릿속으로 계속 점수 계산을 하면서 퍽을 밀어야 합니다. 그렇다보니 게임 결과에 반전이 거듭되고 간발의 차로 승패가 갈려 긴장감이 말도 못합니다. 평균 연령대가 높은 지부 참가자들에겐 은연중에 치매 예방도 되는 느낌입니다.
슐런 교실에 참여하는 참가자들이 순서를 정해 경기에 참여합니다. 슐박 옆에는 심판 역할의 참가자 두 명이 앉아 경기를 지켜봅니다. 순서를 기다리는 참가자들 중에 자리에 앉아 쳐다보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모두 슐박 주변에 모여 응원하고 하이파이브를 하며 즐겁게 슐런을 즐깁니다. 한 명씩 경기를 마칠 때마다 다함께 수화로 박수를 칩니다. 고요한 가운데 떠들썩함이 느껴지는 활기찬 풍경입니다.

지부에서 운영하던 체육 프로그램이 이렇게 반응이 뜨거웠던 적은 없습니다. 공해가 심한 서울 한복판에 위치하다 보니 미세먼지 농도가 높거나 날씨와 공간에 제약이 많아 체육 프로그램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슐런은 그런 문제도 요리조리 피해가는 기특한 종목입니다. 실내에서 열리기 더위와 미세먼지를 피할 수 있고, 공간적 제약에서도 자유롭습니다.
고요한 가운데 다시 한 번 떠들썩한 기운이 휩쓸고 지나갑니다. 잘 하고 싶었던 마음이 앞섰던 걸까요? 힘을 줘 퍽을 미는 바람에 반대편 슐박으로 퍽이 날아가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모두 왁자지껄 웃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조성될 때마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김미정 담당자는 뿌듯함을 느낍니다. 참가자들은 비록 연령이 높은 편이지만 평소 체육활동에 대한 욕구를 은근히 내비쳤습니다. 그랬던 차에 슐런을 시작하며 무기력했던 참가자들이 활기를 되찾고, 소근육이 발달함에 따라 자세가 반듯해졌습니다. 함께 운동하는 참가자들끼리 친목을 다지며 다정하게 지내는 모습도 참 보기 좋습니다.
이 즐거운 순간들이 모쪼록 오래 갔으면 합니다. 참가자들의 웃음과 건강한 모습을 오래도록 지켜주고 싶습니다. 그런 소망을 담아 오늘도 힘차게 퍽 한 번 날려볼까요?
김미경 담당자
김지혜 강사
한진만(청각장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