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라하프

(Show Me The Dream)

#힙합, 새로운 소통의 창을 내다

힙합은 하나의 종합예술이라고 하지요. 노랫말을 직접 쓰고, 비트 위에 랩을 뱉으며 몸을 움직입니다.
문학과 음악과 춤이 한데 어우러져 완성되는 예술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발달장애인들은 힙합 음악을 충분히 즐기기 어려웠습니다.
듣는 일은 가능하더라도 직접 배워볼 기회는 흔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라하프의 ‘힙합 음악 창작소’를 통해
발달장애인 참여자들은 랩퍼로서 무대에 서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기사로 표현한 속마음

한소라 씨는 발달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라하프를 통해 뮤지컬 배우로 활동 중입니다.
2016년에 시작했으니 벌써 7년차 배우네요.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지만, 힙합 활동은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사실 가사 쓰는 거랑 가사를 외우는 일이 걱정되긴 했지만, 힙합을 통해서 제 감정을 드러내보고 싶었어요.
힙합은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막상해보니 정말 재밌고 좋았습니다.”

힙합 수업은 라임과 플로우, 펀치라인이 무엇인지 배욱 이를 바탕으로 각자 자신의 생각을 담아 가사를 쓰고
발표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한소라 씨는 친구와 즐겁게 보내는 시간을 가사에 담았는데,
가사를 쓸 때는 힘들었지만 공연을 하면서 즐거웠다고 합니다.

“친구들 모두 각자 개성에 맞게 가사를 적었어요. 하고 싶은 얘기를 담다보니
저마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지요. 비트 위에서 랩을 처음 할 때는 틀릴까 봐 걱정이 되었지만
어느 순간 긴장감이 사라지더라구요.” - 한소라 학생 -

한소라 씨가 랩을 만들고 공연하는 과정을 지켜본 어머니 박동선 씨는 딸의 깊은 속내를 처음 알게 되었다면 기뻐하셨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많잖아요. 또 시간도 많이 걸리지요.
그런데 딸이 만든 랩을 듣고 요즘 이런 생각을하는구나, 이런 일에 관심이 있구나, 하고 알 수 있었어요.
자녀를 잘 기르고 싶은 마음에 부모로서 때로 아이를 틀에 가두게 되지요.
특히 장애가 있는 아이니까 위험하다는 이유로 금지하는 것도 많았구요.
그런데 그런 얘기들을 가사에 썻더라구요. 미안한 마음에 드는 동시에 이렇게 표현해준 딸에게 기쁘기도 했어요.
- 어머니 박동선 씨 -

각양각색의 힙합 무대

각자가 자기의 이야기를 랩에 답았습니다. 맹찬영 강사는 그 과정이 어렵지 않고 즐거웠다고 말합니다.

“장애가 있는 학생들이고, 또 처음 배우는 것이니까 수업 난이도를 좀 낮게 설정했는데요.
막상 해보니 그럴 필요가 없었겠다 싶을 정도로 잘하더라구요. 가사를 잘 써와서 제가 크게 다듬지 않아도 되었어요.”


여행을 소재로 한 학생, 사회 비판적인 얘기를 담은 학생, 자기 철학을 담은 학생 등 가사도 각양각색이었습니다.
학생 모두가 비트 위에서 자기 생각을 뱉어냈어요. 맹찬영 강사가 완벽함보다는
자유로움을 추구했기에 학생들도 보다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제가 완벽히 하려고 하면 학생들이 어려워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박자가 조금 틀리더라도 이 정도면 괜찮다 싶으면 그냥 넘어갔어요.
기준을 높게 잡기보다는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학생들이 처음에는 낯을 많이 가렸는데요.
얼마 지나니 다음 수업이 기다려진다는 얘기를 해주더라구요. 그때 학생들이 마음을 많이 열었다는 걸 알았어요.”

개인곡과 단체곡을 준비하여 가족과 지인 등을 초대하여 쇼케이스도 열었습니다.
10곡 남짓한 힙합곡이 무대 위에서 펼쳐졌습니다.
어머니 박동선 씨는 쇼케이스 무대를 통해 학생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부드럽게 랩을 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시크하게 하는 친구도 있구요.
우리 아이가 이렇게 표현하는 것처럼 저 아이는 저렇게 표현하고 싶었던 거구나, 하고 아이들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모든 아이들의 새로운 모습이 끄집어져 나온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지속 가능한 수업이 되기를

힙합 수업은 끝났지만 한소라 씨는 요즘 랩 가사 쓰기에 열심입니다.
마치 일기를 쓰듯 하루 일과에서 느낀 점을 짤막하게 적어서 기록한다고 한다고 하는데요.
글쓰기를 좋아하지 않는 한소라 씨가 날마다 랩 가사를 적는 것이 어머니 입장에서는 대견하고 놀랍다고 말씀하십니다.

“글을 써야 하는 상황에서 딸아이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지 잘 알거든요.
그런데 힙합 수업을 들은 뒤에는 시키지 않았는데도 글을 쓰더라구요.
오늘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무엇을 느꼈는지 적고 보여주기도 해요. 정말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장애학생을 수업한 것은 처음이라는 맹찬영 강사는 장애와 비장애 학생을 구분지을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수업을 통해 장애학생을 처음 만났습니다. 학생들과 수업하면서 느낀 것은 장애학생들을 비장애학생과 크게
구분 지을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학생들 개개인이 갖고 있는 장점이 있었고, 또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잘해서 놀랐구요.
그래서 장애학생 역시 비장애학생과 똑같이 대하는 게 저에게도 그렇고 학생들에게도 더 편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수업했습니다.”


어머니 박동선 씨는 힙합 수업이 계속되기를 희망하셨습니다. 학생들에게 ‘랩’이라는 새로운 소통의 창이 생겼기 때문이죠.

“글도 쓰고, 자기가 쓴 글을 소리 내어 표현하고,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하고…. 힙합이 우리 아이들한테 좋은 영향을 많이 주더라구요.
그래서 지속 가능한 수업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누구든 경험을 통해서 실패도 하고 성공도 하며 성장합니다.
하지만 경험을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세계 역시 존재하지요. 힙합이라는 세계를 새롭게 경험한 발달장애 학생들.
그들이 힙합을 통해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세상과 보다 더 자유롭게 소통하기를 바랍니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