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타 합주 교육
장애가 있는 친구들에게 예술문화 활동은 일상에 새로운 경험과 즐거움을 안겨줍니다. 특히 청각 중심의 음악은 시각장애인의 80%가량이 선호하는 소중한 예술 분야 중 하나인데요. 소리를 통해 감정을 느끼고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종로장애인복지관에서는 시각장애아동청소년들에게 다양한 가락을 바탕으로 하는 전문 난타 합주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특별히 한국장애인재단의 ‘모두의 재능’ 사업을 통해 지원받고 있는데요. 어느 때보다 더 즐겁고 여유로운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우리 친구들은 ‘청각을 활용’해서 어떤 식으로 난타 합주 연주를 배우고 있을까요? 수업 시간이 다가오자, 하나둘씩 강당에 모습을 드러내는 4명의 초급반(초등학생~만 24세 이하 청소년) 친구들이 보였습니다. 잠시 대기하며 재잘재잘 떠드는 것 같더니 선생님의 부름에 어느새 각자의 북 앞으로 가서 준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시각장애가 있는 친구들은 볼 수 없기 때문에 북이 어떻게 생겼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고 해요. 그래서 촉감으로 악기를 상상하고 기억해야 합니다. 또 팔을 쭉 들어 북을 쳐야 하는데, 그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다고 해요. 그래서 박명옥 선생님이 직접 시범을 보여주시는데요. 우리 친구들이 선생님 바로 뒤에서 몸을 밀착해 동작 하나하나를 감각적으로 익힌답니다. 팔을 얼마큼 뻗어야 하는지, 또 얼마나 더 올려야 하는지, 직접 몸으로 느끼면서 기억하는 것이죠.
그래서 동작을 가르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해요. 우리 친구들이 처음에는 낯선 사람의 몸을 만지고 가까이한다는 것을 어색해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친밀감이 생겨서 팔이고 다리고 거리낌 없이 잡고 동작 하나하나 제대로 따라 하기 위해 열심히라고 합니다.
그렇게 처음에는 단순히 북을 치는 것 위주로 연습하다가 점차 다른 사람의 북소리와 자기 장단이 맞는지 안 맞는지를 인지하게 되면서 1년 정도 지나면 합주가 가능해진다고 해요. 1년이라고 해도 주 1회 1시간 수업이기 때문에 실제 연습량이 많지는 않은 편인데도, 중급반(고등학생~만 24세 이하 청소년)의 경우 일반인보다 잘하는 수준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는데요. (나중에 중급반 연습을 잠깐 지켜봤는데 정말 에너지 넘치는 멋진 연주였어요!) 우리 친구들이 신나게 북을 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뿐만 아니라, 음악을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을 통해 성취감을 맛보며 큰 즐거움을 느끼고 있기 때문인가 봐요.
특히 난타 합주 연주는 시각장애아동청소년들의 사회성을 높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되는데요.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기중심의 주관적인 삶을 살던 친구들이라 조금은 소심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처럼 보이던 친구들이었는데, ‘합주 연주’는 자기 자신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연주도 들으면서 함께 호흡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사회성이 아주 좋아지는 것이죠.
또 외부 공연이나 행사에서 스스로 발표하고 자기 이야기를 해야 하는 자리를 경험하면서 자존감이 높아지고 자신을 드러낼 수 있게 되어 삶에 대한 만족도가 훨씬 높아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연습 중간에 잠시 만나 뵌 초급반의 김미래(12세), 박다인(12세) 어머님께서는 난타 합주 연주가 음악 활동이긴 하지만 평소 움직임이 많지 않은 시작장애아이들에게는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힘 있게 북을 치고 몸동작을 많이 하면서 체육 활동까지 되고 있어 1석 2조의 효과가 있다고 하셨는데요. ‘모두의 재능’ 지원 사업을 통해 아이들이 연습하면서 맛있는 간식도 나눌 수 있고, 연말 공연까지 할 수 있게 되어 무척 좋아하셨습니다.
다만, 사회적 인식이 많이 개선되고는 있지만 시각장애아동청소년들이 문화 예술 활동에 참여하는 데는 여전히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해요.
‘보이지 않는데 예술 활동이 꼭 필요할까?’ 이런 편견이 여전히 있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하기 어렵고 제약도 많다며 아쉬움을 드러내셨는데요. 앞으로 한국장애인재단 ‘모두의 재능’ 사업과 같은 지원 사업이 더욱 확대되어서 장애아동청소년들이 예술적 재능을 발견하고 꿈을 펼쳐 갈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