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로봇코딩
코로나 펜데믹으로 디지털로의 전환이 더욱 빨라졌다고 합니다. 많은 것들이 온라인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비대면 서비스가 늘어났습니다. 그러다 보니 디지털 세상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이 생겼는데요. 그중 발달장애인은 더욱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디지털에 대한 기초 소양을 함양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지요. 마음톡톡센터에서 진행한 ‘신나는 로봇코딩’에서는 기초 코딩 교육을 통해 디지털 감각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마음톡톡센터는 성인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자립과 사회통합을 지원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수많은 발달장애인들이 이곳에서 기초적인 생활 기술을 배운다고 하는데요. 이곳을 이용하는 20~30대의 성인 발달장애인을 위한 코딩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 데에는 깊은 뜻이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의 특성상 신변 자립 교육이 우선이다 보니, 디지털 활용 교육을 할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블록만으로 간단하게 코딩을 할 수 있는 교구가 있다고 해서, 놀이처럼 프로그램을 진행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이용자 중에서 전자기기를 잘 다룰 수 있는 20~30대를 대상으로 로봇 코딩을 교육했는데요. 사실 처음에는 저희들도 학생들이 너무 어려워하지 않을까 우려를 했던 것이 사실이에요. 그런데 굉장히 재미있어하고, 또 실력도 차츰 늘고 있다고 해요.”
안기원 담당자와 함께 자리한 김다애 학생은 “코딩 교육이 너무 재미있다”며 소감을 얘기했습니다. 핸드폰으로 음악을 듣는다거나 영상을 보는 정도는 가능했지만, 코딩 교육은 전혀 새로운 디지털의 눈을 뜨게 해주었기 때문이지요.
이승미 강사는 학생들이 마치 놀이를 하듯 코딩을 익히도록 지도했습니다.
“코딩은 원래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앱을 만들기 위해 프로그래머들이 사용하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초등학생들부터 의무적으로 배우게 되었지요. 코보블록스라는 이름의 언플러그드 코딩 교구를 사용하여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블록 코딩은 코딩의 문법을 잘 몰라도 논리적 사고만 있으면 경험할 수 있거든요. 로봇을 이동시켜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에요.”
지도를 보고 시작점과 도착점을 설정합니다. 그 다음에는 직진, 좌회전, 우회전 등 어떤 방법으로 도착점까지 갈 것인지를 생각해 봅니다. 앞으로 두 칸, 왼쪽으로 한 칸, 이런 식으로 이동하면서 도착점으로 다가갑니다. 문제가 주어지면 학생들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봅니다.
“처음에는 강사를 보고 따라하는 정도로만 진행했어요. 그러다가 과정을 보여주지 않고 시작점과 도착점만 설정해서 직접 움직여 보도록 했지요. 처음에는 어려워했어요. 로봇이 목적지까지 가려면 앞으로 두 번 가야 한다는 걸 이해하기 어려웠던 거예요. 하지만 차츰 학생들이 스스로 해냈습니다.”
이승미 강사는 특히 이상욱 학생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습니다. 실력이 가장 일취월장했기 때문이지요. 처음에는 강사를 보고 똑같이 따라하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스스로 사고하고, 다른 학생들보다도 먼저 문제를 풀어내기도 합니다. 이승미 강사는 학생들이 코딩의 개념을 이해하기 어려워할 때, 난이도를 낮추기보다는 반복적으로 학습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그러자 학생들도 천천히 변화하고 성장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승미 강사가 수업 중에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정말 잘했어요”와 같은 칭찬입니다. 학생들이 코딩 문제를 해결했을 때면 하이파이브를 하며 격려합니다. 칭찬과 격려가 학생들에게 커다란 응원이 될 것임을 믿기 때문입니다.
“‘잘했어요!’하고 말하면 학생들이 너무나 좋아해요. 학생들이 코딩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볼 때면 저도 감동해서 자연스럽게 칭찬의 말이 나오더라고요.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해냈다!’고 하는 기쁜 순간을 함께 나누는 것이죠.”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은 코딩 실력이 늘었을 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변화했습니다. 안기원 담당자는 학생들 사이에서 ‘서로를 챙겨주는 문화’가 생겨나고, ‘마음의 여유’가 늘었다고 얘기합니다.
“발달장애인 특성상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 어렵다 보니, 개인주의로 비춰지는 행동들을 할 때가 있어요. 그런데 코딩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서로를 챙겨주는 마음들이 보여요. 먼저 문제를 푼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거예요. 남에게 무언가를 가르쳐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뿌듯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문제를 풀지 못하고 어려워하는 사람이 있는지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도 생겨난 것 같습니다.”
센터에 오면 늘 잠만 자던 박은영 학생은 코딩 수업을 하면서부터는 적극적으로 변화했습니다. 평소 집중력이 부족한 편이었지만 코딩 수업을 할 때만큼은 어떤 명령어를 넣어야 할까를 깊이 고민하며 몰입합니다. 최예린 학생은 평소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했다는데요. 예를 들면 ‘위험한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하면 화를 내는 식이었지요. 그런데 이제는 옆에 있는 다른 학생을 도와주고 부드럽게 말하는 기술도 늘었다고 합니다. 코딩 교육이 성인 발달장애인의 사회성 향상을 이끌어낸 것입니다.
“코딩을 통해서 사회성도 기를 수 있고, 문제 해결 능력, 창의성도 높여줄 수 있다는 걸 체감했어요. 발달장애 학생들이 코딩 분야로 직업을 갖기는 어렵겠지만, 코딩을 통해서 배운 생활의 기술을 다른 직업 활동을 할 때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요. 사회성과 문제 해결 능력, 창의성은 어떤 일을 해도 꼭 필요한 기술이니까요.”
또한 이승미 강사는 코딩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순차 구조를 학습했고, 이를 일상생활에 적용할 일이 많을 거라고 얘기합니다. 예를 들어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일만 해도 일종의 순차 구조를 적용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지요.
“이 블록 다음에 그 다음 블록이 실행된다고 하는 순서를 계속 학습하는 거예요. 이것이 바로 순차 구조이죠. 사실 우리가 다루는 모든 기계들은 순차 구조를 알아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어떤 버튼을 눌러서 어떻게 기계를 작동시킬 것이냐,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것이지요. 학생들이 코딩에서 배운 사고방식을 앞으로 일상에서 적용하기를 바래요.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다양한 문제 상황을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안기원 담당자는 성인 발달장애인에게 디지털 활용 교육이 더 많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발달장애인은 디지털 기술로부터 소외되고, 디지털 격차를 더욱 크게 느낄 수 밖에 없는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센터를 이용하는 분들을 기준으로 얘기를 하자면, 어떤 분은 태블릿 PC도 다루고 키오스크도 활용하세요. 하지만 디지털 기기를 전혀 다루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분들도 계시고요. 그렇게 디지털 세상과 멀어지면 그 격차가 점점 커지는 것 같아요. 생활 속 불편도 늘어날 테고 정보로부터도 소외되지요. 그래서 발달장애인이 사회에 어우러져 살아가기 위해서 디지털 교육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교육이 절실하게 필요하지만 센터의 역량만으로는 진행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센터의 예산으로는 기본적인 신변 자립을 위한 교육만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안기원 담당자는 ‘모두의 재능’을 통해서 ‘신나는 로봇 코딩’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었던 점을 기쁘게 생각했습니다.
“센터 이용자들을 지켜보면 ‘저 분에게 이런 교육이 있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각자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발견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모두의 재능이 특별했습니다.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새로운 디지털 세상을 만난 것 같아요.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다고 해도, 하던 것을 그대로 반복해서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을 텐데 이번 코딩 교육을 통해서 더 큰 개념을 배웠으니까요. 일상에서 활용하며 본인이 원하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느리게 오고 있는 사람도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조금 더딜지라도 디지털 세상에서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될 것입니다. ‘신나는 로봇 코딩’ 수업은 그래서 재미있는 놀이이자, 꼭 필요한 배움의 기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