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장애인종합복지관

술래잡기 프로젝트! 예술로 미래의 job탐구하기

두 세상이 하나로
융합되는 시간

보석같은 재능이 더 빛날 수 있도록

제주의 푸른 바다와 파릇파릇한 식생을 이웃하고 있는 서귀포시장애인종합복지관. 이곳의 한 강의실에는 흥미로운 강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화분에 심어진 식물을 보고 한 학생은 스마트 기기에, 다른 학생은 도화지에 작품을 그리고 있습니다. 스마트 기기에 그려진 학생의 작품은 균일하고 깔끔하면서도 선명한 것이 매력입니다. 도화지에 수채화로 그려진 작품은 담백하면서도, 옅은 붓자국이 남아 있어 그린 사람의 손길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서귀포시장애인종합복지관이 지난 6월부터 오는 12월까지 진행하고 있는 ‘2024 술래잡기 프로젝트!’ 중 한 수업의 모습입니다. 수업을 기획하고 진행한 임소희 작가는 “지현 양(가명・13)은 회화에 재능이 있고, 정우 군(가명・14)은 디지털 미술에 재능이 있어 이 두 아이가 어떻게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수업 방식을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습니다.

아날로그와 회화가 한 데 어우러졌다는 점 외에도 수업은 특별한 점이 있습니다. 수강생이 비교적 적은 두명이라 강사가 조금 더 집중해 지도할 수 있다는 장점입니다. 임소희 작가는 “1대2 수업이지만 거의 1대1로 수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며 “디지털과 아날로그에 각각 재능과 흥미가 있는 아이들을 함께 지도하기 위해 같은 사물을 보고 디지털과 아날로그 작품을 모두 만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김현미 서귀포시장애인종합복지관 팀장과 임소희 작가는 아이들을 선정하는 단계부터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김 팀장은

“기존에 복지관이 하고 있는 문화예술 전문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거기서 재능이 발견된 아이들과 함께 하기로 했어요. 재능이 있고, 여러 가지 여건이나 환경적인 요소가 뒷받침되면 더욱 발전할 수 있겠다고 판단이 든 아이들이었죠.”

임 작가는 아이들에게 남다른 집중력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지현 양은 섬세한 묘사에 재능이 있어요. 보통 학생들이 어려워하며 손도 대지 않을 묘사를 끝까지 해내는 집중력이 있는 학생이이죠. 정우 군은 공감각적 구조를 이해하는 데 뛰어나요. 자전거를 한번 보여주고 그려보라고 하면 그게 어떤 선과 도형으로 이뤄져 있는지를 빠르게 파악하고 그려내요. 디지털 미술에 반드시 필요한 재능이죠.”

두 개의 다른 세계가 만났을 때

시간이 지날수록 두 교사가 기획한 교육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세상만 각각 알고 있던 두 학생이 서로의 세상에 호기심을 갖고 작품 세계가 더욱 넓어지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임 작가는 “서로의 그림을 보고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해보면서 처음에는 회화를 좋아한다고 했던 학생이 지금은 디지털도 좋아하게 되고, 아날로그 수업에는 집중을 못했던 학생이 오래 동안 앉아있을 수 있게 됐어요.”

두 예술은 사용하는 재료부터 접근방식이 완전히 다릅니다. 회화 작품만 접해왔던 지현 양은 아크릴, 캔버스 등 전통적인 회화 재료에만 익숙했습니다. 정우 군은 스마트 패드나 컴퓨터에 포토샵 같은 프로그램을 깔아 주로 작품 활동을 합니다. 지현양이 물감의 농도나 표현법을 익히는 데 집중해왔다면 정우 군은 레이어 개념이나 다른 여러 가지 툴을 익혀가며 작품 세계를 확장해 갑니다. 이 두 세계가 융합되어 가는 것을 보는 것이 큰 기쁨이었다고 두 선생님은 말합니다.

물론 처음부터 수업을 원활히 진행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자리에 앉히는 것부터 어려움이 따랐습니다. 본인이 하고자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 외에는 흥미를 갖지 않으려 하는 모습도 아이들에게선 관찰됐습니다. 하지만 임소희 작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소규모 수업이다보니 아이에게 밀착해서 기다려주고 의사를 존중하며 취향을 찾아가는 게 가능했어요. 디지털 수업은 도구를 알려줘야 진행될 수 있다는 특징이 있거든요. 처음에는 익숙한 방식으로만 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저희는 계속 기다렸어요. ‘펜슬을 줘볼래? 이걸 주면 우리가 다른 방법을 가르쳐줄 수 있는데’ 하면서요. 그랬더니 저희에게 믿음이 생겨서인지 나중에는 정말 원활하게 새로운 도구를 알려주고 작품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었어요. 이렇게 처음에는 수업을 어려워했던 학생이 점점 변화하고 저와 라포가 형성되는 것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어요.”

시니컬했던 그 아이, “수업 매일 했으면 좋겠어”

아이들은 시간이 갈수록 수업을 점점 기다리기 시작했습니다. 김현미 팀장은 “지현 양의 경우 퀄리티가 있는 수업을 받을 수 있음을 너무 반겨했다”며 “부모님들도 지현이가 수업을 다녀오면 본인의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고 그날 하루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 좋아하셨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두 아이가 좋아했던 수업이 있는데요. 자신을 설명하는 키워드로 캐릭터를 형상화한 뒤 아크릴 키링으로 만드는 수업이었습니다. 그림은 자기 취향을 찾아가고 나를 알아가는 공정인데 이 수업이 그림의 그런 역할을 확연히 보여준 셈입니다. 또 작품을 만들어 집에 가져가 직접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학생들에게는 뜻깊게 다가왔을 것 같습니다. “지현 양이 꽤 시니컬한 편인데요, ‘이런 수업을 맨날 했으면 좋겠어’라고 말해줬어요. 그때 정말 뿌듯했죠”라고 임소희 강사는 회상했습니다.

이제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프로그램은 수강생들이 그간 만든 작품을 담은 도록과, 전시회 준비를 남겨 두고 있습니다. 김현미 팀장은 “그림만 그리고 수업이 끝나면 남는 게 없잖아요? 기본적으로 작가의 길로 가려면 그림을 그렸다는 흔적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도록에는 아이들의 작품과 함께 스토리를 담은 책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김현미 팀장과 임소희 작가는 앞으로 술래잡기 프로젝트 같은 기회를 더 필요로 하는 아이들을 위해 도전할 계획입니다.

술래잡기 프로젝트에서 자신의 세상이 더 넓어지는 경험을 한 두 학생. 이 경험이 예술인은 물론 사회인으로 거듭나는 데도 자양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결국 우리의 삶은 경험하지 못했던 세상을 겪으며 더욱 확장하고 단단해지는 경험의 연속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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