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가대표다
9월의 어느 체육실, 현장은 훈련의 열기로 뜨겁습니다. “꽉 잡아!” “잘할 수 있어!” “한 번 더!”하고 학생들을 격려하는 소리도 들리는데요. 뇌성마비 청소년의 전문체육 교육을 위하여,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순항 중인 ‘나는 국가대표다’ 프로그램입니다. 장애청소년들은 보치아, 펜싱, 육상 등의 종목을 배우며 국가대표선수를 꿈꾸고 있습니다.
상계동 주민센터 강당은 보치아 훈련 선수로 가득합니다. 프로 선수들 사이에서 묵묵히 연습하는 김민성 학생도 보이는데요. 표적구 가까이로 공을 던지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힘들지만 재미있어요. 보치아를 처음 할 때는 팔도 아프고 조금 어려웠거든요. 그런데 대회에 나가고 상도 받으면서 더 잘하고 싶어졌어요. 가끔 긴장해서 공이 원하는 곳으로 안 갈 때는 속상하지만, 그래도 계속 연습할 거예요.”
김민성 학생은 현재 일주일에 세 번씩 훈련을 한다고 해요. 월요일은 주로 개인 훈련을 하고, 화요일은 다른 선수들과 함께 3 대 3으로 경기를 합니다. 또 금요일에는 프로 선수들과 연습하며 기량을 쌓습니다. 어머니는 민성 학생이 운동을 하면서 많이 변화했다고 말합니다.
“운동을 하면서 민성이가 말도 많아졌고요, 자기 표현도 더 잘하게 되었어요. 대회에 출전하면서부터는 승부욕도 생긴 것 같아요. 실패를 경험하고 나니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 모양이에요. 노력해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배운 것 같아요.”
보치아의 매력은 하얀 표적구 가까이에 공을 딱 붙였을 때의 통쾌함이라고 해요. 상대팀 공의 길목을 막는 전략도 필요합니다. 요즘 장병주 코치가 민성 학생에게 가장 많이 주문하는 것은 조금 더 빠르게 공을 던지도록 하는 것이에요. 시간을 지체하면 아웃이 되기 때문이지요. 던지기가 느린 민성 학생을 위해 장병주 코치는 옆에서 숫자를 세며 시간을 체크합니다.
“실력 좋은 선배 선수들을 자주 만날 수 있도록 해요. 민성이가 그 선수들을 보면서 배우기를 바라기 때문이지요. 학생 보치아 선수가 아직은 많지 않아요. 지금처럼 훈련을 하다 보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요.”
장병주 코치는 최근 민성 학생이 사회성도 좋아졌다고 얘기합니다. 선배 선수들의 연습 경기에서 심판을 보겠다고 나설 정도라고요. 보치아를 통해 운동선수로서, 청소년으로서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는 김민성 학생입니다.
동두천의 어느 체육관. 권서준 학생이 펜싱 동작을 연습합니다. 휠체어 펜싱은 휠체어에 앉아서 허리를 움직여 공격과 수비를 하는 종목인데요. 현재는 앞으로 공격하기, 뒤로 수비하기 등의 동작을 위주로 연습합니다.
“작년에는 역도를 했고, 올초부터 펜싱을 시작했어요. 펜싱이 되게 멋있다고 생각했거든요. 팔을 뻗는 동작도, 운동복도, 펜싱 칼도 멋있잖아요. 앞으로 펜싱으로 금메달을 따는 게 목표예요.”
서준 학생은 초등학교 5학년 무렵, 체육을 하고 싶다는 말을 꺼냈습니다. 그 후 어머니는 서준 학생이 여러 종목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해요.
“운동을 하기 전에는 ‘내가 할 수 있을까?’라고 얘기를 했다면, 운동을 하고부터는 ‘나 해볼까? 할 수 있겠지?’라고 표현을 해요. 긍정적인 언어로 바뀐 거예요. 서준이가 운동을 끝내고 ‘나 오늘 되게 잘했지?’라고 말하면, 그 즐거운 표정을 보면서 제가 더 기쁨을 느낀답니다. 사실 장애청소년들은 스포츠를 하고 싶어도 마땅히 배울 수 있는 곳이 드물어요. 장애청소년들도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이런 기회가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유승렬 코치는 서준 학생에 대해 ‘현재는 체력이 약한 편이지만, 끈기 있게 잘 따라오는 학생’이라고 얘기합니다. 훈련 시간이 길어지고 횟수가 늘면 체력 또한 서서히 채워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처음에는 서준이가 힘들어했는데 지금은 집중력이 굉장히 좋아졌어요. 코치의 이야기를 듣고 잘 따라와줬죠. 운동은 몸도 건강하게 하지만, 정신적으로도 도움이 많이 되거든요. 장애청소년들이 더 많이 스포츠를 접하고 즐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 서준이 같은 청소년 선수들이 많이 나와야 우리나라 장애인 체육계도 더 발전할 거라고 생각해요.”
한편 서울시립뇌성마비복지관은 육상 종목 학생들로 붐볐습니다. 네 명의 학생과 세 명의 학부모, 그리고 코치까지 더해져서 열정적인 연습 시간을 만들어냈는데요. 코치가 한 명의 학생을 집중 훈련시킬 때면, 학부모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학생들에게 다가가 훈련을 돕습니다. 학생들은 육상이 힘들 때도 있지만 실력이 늘었다는 게 느껴지면 정말 뿌듯하다고 하나같이 얘기합니다.
“포환을 멀리 던지면 기분이 좋아요. 성취감이 느껴지거든요. 저는 올림픽에 나가고 싶어요. 더 열심히 훈련해서 다음 올림픽 때는 꿈을 이루면 좋겠어요. 요즘에는 팔을 더 펴서 포환을 잘 던질 수 있도록 연습하고 있어요.” (박하엘 학생)
김한나, 문채원, 박하엘 학생은 현재 원반, 포환, 창 던지기 종목 등을 훈련하는데요. 장금규 코치는 학생들의 경기 기록을 수첩에 메모하고 목표를 설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훈련을 이끌고 있습니다. 포환 종목에서는 특히 자세가 중요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정확한 자세를 갖출 수 있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격려합니다.
“던지기 선수들은 팔이 굽어진 상태에서는 제대로 된 기록을 낼 수 없어요. 학생들 데리고 훈련을 반복하다 보니 뇌성마비 증상으로 굽어져 있던 몸이 조금씩 펴지고 자세가 좋아지는 게 느껴져요. 아직 어린 학생들이기 때문에 재활 운동을 하면서 체력을 만들고 기초 기술을 연마하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학생들이 앞으로 전국에서 1등도 하고 국가대표도 되고 그랑프리대회, 패럴림픽에도 출전할 수 있다면 아주 큰 보람이겠습니다.”
학부모들은 학생들이 운동을 하면서 재활이 되고 삶의 활력도 찾고 더 나아가 새로운 진로를 찾은 것 같아 무척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습니다.
“아이들 훈련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찍어요. 아이들과 같이 보면서 서로 얘기하죠. 여기 온 모든 아이들과 같이 훈련하는 거예요. 코치님은 한 분이지만 옆에 잔소리하는 이모들이 여럿 있으니 아이들이 더 의식적으로 움직이면서 자세도 좋아지는 게 보여요.” (박하엘 학생 어머니)
“채원이가 야구를 좋아해서요. 투척 종목에 흥미를 보이고 있어요. 좋아하니까 꾸준히 훈련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재활도 되고요. 더디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답니다.” (문채원 학생 어머니)
한편 육상 달리기 종목의 강태원 학생은 홀로 노란색 허들을 넘나들며 같은 구간을 반복해서 달리는 훈련을 합니다. 태원 학생은 무릎을 높이 들면서 뛰기 위해서 허들 훈련을 한다고 해요.
“저는 달리기 할 때 행복하거든요. 달리면서는 목표만 생각하니까 걱정이 사라져요. 마라톤 대회에 나가보고 싶어서 5km 달리기 대회를 신청했어요. 나중에는 마라톤 풀코스를 뛰는 게 목표예요.”
강태원 학생은 함께 훈련하는 모두가 처음보다 많이 향상되었다고 얘기합니다. 함께 발전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응원이 되고 있습니다.
전문 체육인을 꿈꾸는 장애청소년들에 대한 지원은 부족한 편입니다. 프로 선수들 위주로 지원을 하다 보니, 꿈나무들에게는 상대적으로 기회가 제공되지 않는 것이지요. 하지만 학생들의 성장을 보면 눈이 부십니다. 뇌성마비로 팔이 완전히 펴지지 않던 학생이 공을 던져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가고 있으니까요. 학부모들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계속해서 훈련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머지않은 미래의 어느 날, 이 학생들이 진짜 국가대표가 되어 시상식 무대에 서기를 꿈꾸어 봅니다. ‘나는 국가대표다’라는 프로그램의 이름이 현실이 될 그날을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