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을 그리기 위해 필요한 준비물은 무엇일까요? 과거에는 종이와 연필, 물감 등을 떠올렸다면 요즘에는 컴퓨터나 태블릿 PC만으로도 얼마든지 미술적 표현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디지털 드로잉은 몇 가지 기능만 익히면 누구나 전문가처럼 그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요.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발달장애 청년들에게 디지털 드로잉은 새로운 세상이며 기회이기도 합니다.
직업재능개발센터의 '발달장애인 이모티콘 작가 양성' 프로그램은 여타의 미술 교육 프로그램과는 조금 다릅니다.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시간보다 디지털 기기를 익히고, 그림 그리기 툴을 사용하는 시간이 더 길기 때문이지요.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20대 초반부터 30대 초반의 발달장애 청년들이 모여서 태블릿을 활용한 자기 표현 방법을 배우는 중입니다.
"처음 수업을 할 때는 종이에 연필로 그림을 그려보기도 했어요. 종이에 선을 긋는 느낌을 느껴보도록 하기 위해서였죠. 그 다음에는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방법을 수업했지요. 펜툴이나 브러쉬툴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배우고 필압을 조절하는 연습도 했어요. 디지털 드로잉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라 처음에는 조금 어려워했지만, 지금은 원하는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어요. (강사 안미경 씨)"
참가자 강경원 씨는 평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현재 발달장애인 미술 작가로 활동 중입니다. 새로운 그림 방법을 배우고 싶어서 이번 프로그램에 신청했다고 해요.

"선생님이 디지털 드로잉 수업이 있다는 걸 알려주셨어요. 어려울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신청했지요. 새로운 그림 방법을 배우는 게 재미있어요. 또 태블릿으로 처음 그림을 완성했을 때 기뻤어요. (참가자 강경원 씨)"
"많은 사람들이 제 그림을 보고 칭찬해 주니까 좋았어요. (참가자 김하은 씨)"
수업은 두 그룹으로 나누어서 진행합니다. 첫 번째 그룹은 종이에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는 학생들로 구성하여 디지털 드로잉 방법을 익히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두 번째 그룹은 아직 그림을 잘 그리지는 못하지만 흥미가 있는 학생들로 구성하여 미술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담당자 이대호 씨는 발달장애인의 특별한 그림들을 더 많은 대중들이 접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누구나 쉽게 발달장애인의 그림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디지털 드로잉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우연히 발달장애인 미술 전시회를 가보았는데, 그림에 재능이 있는 분들이 참 많다는 걸 느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 작가들의 전시회는 관련자가 아니면 많이 찾지 않는 것이 아쉬웠어요. 그러던 중 발달장애인이 디지털 드로잉을 배우면 표현의 폭도 넓어지고 이모티콘 작가가 된다면 그림을 더 널리 알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담당자 이대호 씨)"

현재는 태블릿PC를 이용하여 선을 긋고 간단한 도형을 그리고 색을 칠하고 채우는 등의 활동을 하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캐릭터와 이모티콘을 제작할 수 있는 기본기를 만드는 시간입니다.
"처음에는 색 고르는 게 어려웠어요. 종이에 그렸을 때의 색이랑 태블릿 화면 속 색이 달라서요. 그런데 선생님이 알려주시고 여러 번 해보니 조금씩 느낌이 오더라고요. 이제는 내가 원하는 색을 만들 수 있어요. (참가자 강경원 씨)"
강사 안미경 씨는 발달장애 학생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개념을 쉽게 설명하고 단계를 세분화해서 지도합니다. 또한 지레 포기하지 않도록 독려하고 응원합니다.
발달장애인의 그림에는 고정관념이 없습니다. 그래서 과감하고 독창적인 표현이 나옵니다. 안미경 강사는 학생들이 개성을 지키면서도 대중과 소통할 수 있도록 조언합니다.

"예컨대 피카소의 그림처럼 굉장히 입체적이고 조각조각 나뉘어 있는, 다양한 시점을 한 화면에 표현한 그림을 그리는 학생이 있어요. 학생이 물체를 관찰했을 때 그렇게 보였던 것이지요. 하지만 이건 의도한 게 아니기 때문에 소통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학생 그림의 독창성은 해치지 않으면서도 보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곤 해요. 둘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강사 안미경 씨)"
디지털 드로잉을 배우며 학생들은 변화했습니다. 하기 싫은 일에 대해서는 '못해요'라고 말하며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던 학생이, 이제는 자기가 원하는 방향을 얘기하고 질문하며 강사와 소통합니다. 수업 시간에 각자가 그린 그림을 큰 화면에 띄워놓고 함께 볼 때면 학생들의 표정이 밝아집니다.
"그림에 자신감이 생겼어요. 전에는 그림이 그냥 취미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작품을 만든다고 생각하지요. 앞으로 제 그림으로 스티커를 만들고 싶어요. 또 캐릭터를 창작하고, 전시회도 열고 싶어요. (참가자 강경원 씨)"

"제 작품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기뻐요. (참가자 주한철 씨)"
담당자 이대호 씨는 학생들의 그림을 모아 온라인 전시회를 열 계획입니다.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나가기 위한 방법들을 고민 중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학생들은 작가가 되고, 대중들은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가진 새로운 작가를 만나는 기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발달장애 디지털 화가들의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홈페이지에 작품을 올리고 디지털 전시회를 열 거예요. 관람객들이 '좋아요'를 누를 수 있게 해서,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은 학생에게 상을 주는 방법도 고민 중입니다. 링크를 따라 들어오면 누구라도 발달장애인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도록 만들고, 더 나아가 인터넷 브라우저에 발달장애인 작가들의 그림이 나오도록 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