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달장애 청소년을 위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많이 있지만, 창작활동을 경험할 기회는 적습니다. 음악을 예로 든다면 악기를 배우는 프로그램은 쉽게 접하지만, 작곡이나 작사를 하는 프로그램은 상대적으로 드문 편이지요. 어려운 클래식 음악이 아닌, 내가 듣는 요즘 음악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면 어떨까요? 군포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는 장애청소년들이 AI를 활용하여 작사와 작곡, 가창 등을 경험해 보는 "음악으로 연결되는 우리, 그루브어스"를 진행했습니다.
만 13세부터 21세까지의 발달장애 청소년 8명이 음악을 만들고자 소공연실에 모였습니다. 중학생 5명, 고등학생 3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수업 시간에는 학년에 관계없이 4명씩 한 팀이 되어 음악 작업을 합니다. AI가 발전하면서 이제는 누구나 작사와 작곡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발달장애 청소년들은 생성형 AI로 알려진 Chat GPT와 음악작곡 도구인 Suno를 활용하여 작사를 하고 멜로디를 만듭니다.

"청소년들이 AI로 음원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나 혼자서 음악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지만, 강사님이 도와주시고 AI를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거든요. 학생들이 요즘 듣는 음악, 그러니까 K-POP 같은 것들을 직접 창작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담당자)"
수업 초반에는 AI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방법을 배웠습니다. 이후에는 가창 훈련을 하고 작곡 방법도 배웠습니다. 모든 과정을 혼자서 해야 한다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4인 1조로 팀을 나누어 역할을 분담합니다. 학생들은 저마다 잘하는 영역을 맡기도 하고, 의견을 나누기도 하면서 새로운 곡을 만들어갑니다.
"만약 어떤 학생이 작사는 잘하는데 노래 부르기를 어려워한다면, 노래를 잘 부르는 학생과 팀을 만들어 주는 거예요. 각자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중심으로 하는 거죠. 그래도 가사 작업은 모두가 합니다. 곡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다수결로 의사결정을 하기도 해요. 서로의 생각을 경청하고 모두가 바라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지요. (담당자)"
참가자 가근영 학생은 작곡을 하는 과정이 조금 어려웠지만, AI의 도움을 받으니 해낼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수업 시간에 만든 곡이 꽤 많이 있다고 하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너와 함께 빛나'라는 곡입니다.
"제가 작사한 곡이에요. 우리가 함께 모여서 가능성을 펼친다는 내용을 담았어요. 저는 밝고 활기차고 긍정적인 분위기의 노래가 좋아서 그러한 느낌을 표현했어요. (참가자 가근영 학생)"


강사 김영섭 씨는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가사를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계절을 좋아하는지, 어떤 음식을 먹어보았는지, 어떤 아티스트의 음악을 듣는지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누도록 하고 그것을 작사에 반영하도록 안내했습니다.
"학생들이 생각보다 음악을 다양하게 듣고, 또 따라 부르기도 하더라고요. 또 여러 가지 추억을 많이 갖고 있는 학생들이라서 가사도 수월하게 나왔어요. 복지관을 다니며 이미 라포가 형성된 학생들이라 그런지, 서로 친하게 지내고 또 얘기도 잘 나눠요. 팀 작업이 원활하게 되는 편이에요. 현재는 학생들이 만든 곡뿐만 아니라 기성곡도 연습하고 있어요. 발표회 때 팀당 창작곡 하나, 기성곡 하나씩 부를 수 있도록 준비 중입니다. (강사 김영섭 씨)"
8명의 학생들은 '발달장애 청소년'이라는 이름으로 표현되지만, 사실 저마다 다른 개성과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음식도 다르고 즐겨듣는 음악이나 앞으로의 꿈도 제각각입니다. 학생들의 이러한 개성을 살리되, 공통의 메시지를 끌어낼 수 있도록 강사와 복지관 담당자는 뜻을 모아 움직였습니다.

"주제를 먼저 제시해 주기보다는 팀별로 회의를 통해 키워드를 찾도록 했어요. 그래도 때로는 힌트를 좀 던져주곤 했지요. 학생들은 '꿈'이나 '친구'와 같은 단어들에 관심이 많았어요. 우리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만드는 과정이 학생들에게 특별한 경험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담당자)"
노래를 부르며 평소에 사용하지 않았던 근육을 써본다거나 다수결의 방법으로 팀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은 학생들을 변화시켰습니다. 하나의 팀이 되고 나니 학생들은 더욱 책임감 있게 자신의 역할을 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한 팀이 되니까 서로가 의지하고, 주도적으로 움직이려고 하더라고요. 가사를 미리 외워오고 본인의 파트를 연습해오는 학생들이 늘어났어요. 프로그램에 애정을 갖고 책임감 있게 참여하려는 모습들이 보여서 기쁩니다."
"음악을 하면서 우리의 가능성을 알게 되는 점이 가장 기뻐요. 저에게 숨겨진 여러 가능성들을 더 발견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참가자 가근영 학생)"
발달장애 청소년들에게 '창작'은 어떤 의미일까요? 담당자는 '둘 중 하나'를 고르는 삶에서 벗어나 스스로 답을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라고 얘기합니다. 발달장애 학생들의 경우, 소통이 어려운 터라 주변 사람들이 "A와 B 중에 어떤 것을 원해?"하는 식으로 물어볼 때가 많다고요. 하지만 음악 창작 활동을 통해서 학생들은 스스로가 새로운 것을 창작할 수 있는 사람임을 깨달았습니다.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우리의 이야기를 노래하는 시간. 발달장애 청소년들의 음악 나들이가 특별했던 이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