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칠보산자유교육공동체 사회적협동조합

(발달장애 청소년의 흙 속 진주 찾기)

#손으로 조물조물,
마음은 한 뼘 더 성장

장마가 한창이던 7월의 어느 금요일, 보슬비가 솔솔 내리는 이른 아침부터 도예 공방에 모인 다섯 명의 친구들이 있습니다.
수원칠보산자유학교 재학생들과 졸업생인데요. 도자공예는 흙으로 형체를 만들어 불에 구워내는 예술 행위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자기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며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특히, 신체적, 정신적으로 긍정적인 측면이 많은 것으로 알려집니다.

손으로 직접 흙을 만지고 조물조물 뭔가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껴 장애 아이들이 실패와 좌절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또한 손 사용이 증가하면서 소근육 발달과 함께 예술적 표현력이 좋아지고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게 되는데요.
그런 것들이 이어져 사회성도 향상되고 인지, 두뇌, 언어 발달에도 큰 도움을 줍니다.

그래서인지 궂은 날씨에도 공방에 모인 친구들의 표정이 모두 환하고 즐거워 보였어요.
왠지 흙이라고 하면 만지는 걸 좀 꺼릴 것 같은데도 말이죠.

어렸을 때부터 흙을 만져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도예 시간 처음부터 아주 익숙했어요.
가끔 색칠할 때 물감이 자꾸 퍼져서 그게 좀 힘들지만,
손으로 직접 만드는 건 정말 재밌어요.
내년에 졸업이라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이 참여하고 싶습니다. - 유서준 학생 -

아직 진로를 결정하지 못해서 꿈을 찾는 중인데,
엄마가 추천해 주셔서 참여하게 되었어요.
집중하는 게 쉽지 않지만 그래도 작품이 완성된 걸 보면
너무 기뻐요. 흙을 입체적으로 쌓아 올리다가 부서질 때는
속상하기도 한데, 실력을 많이 쌓아서
선생님들처럼 멋진 작품을 많이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 고유진 학생 -

올해로 3년 째 도예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슬아트’의 강슬기 선생님은 또 이런 이야기를 전해주셨어요.

“그림그리기 등의 작업은 물감이나 연필 등 별도의 재료를 사용하지만, 도예는 찰흙을 직접 만지는 거 자체가 큰 장점이에요.
흙을 만짐으로써 아이들의 정서나 소근육 발달에 정말 좋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 완성품을 집에 가져가서 생활 속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아이들이 도예 작업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식기나 인센스 홀더를 만들기도 하고,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을 직접 만들기도 해요.
처음엔 손이 더러워져서 조금 꺼리기도 하는데, 작업이 다 끝나고 손을 씻으면서
다시 깨끗해지는 걸 보면서 점차 그 과정을 즐기게 돼요.”

아이들이 처음에는 평면을 입체로 표현하는 걸 어려워해도 어떻게 변형시킬 수 있는지를 점차 배워가면서
성취감을 많이 느끼는 모습에 보람을 많이 느끼신다고 해요. 특별히 아이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보여주셨어요.
“처음에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작가로서의 가능성이 보이는 친구들도 좀 보여서,
앞으로 기대가 많이 됩니다.” 아이들의 성장을 누구보다 기뻐하고 뿌듯해 하신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이번 도예 시간은 총 10회의 수업 중 일곱 번째 시간이었는데, 2학기 때 남은 3회의 작업에서는
공동 창작물을 제작할 계획이라고 합니다.특별한 이야기를 담은 작업물을 제작해 야외 전시를 통해 선보이고,
그간 아이들이 직접 만든 모빌 등의 개인 작업물도 만나볼 수 있다고 해요.

“통합 학교다 보니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게 다소 한정적인데 이 작업을 통해서 학교의 일부분으로서
기여하는 부분이 생기고, 사람들이 직접 만지고, 좋아해 주고, 얘기해 주고, 사진도 찍고 하는 모습을 보면
아이들 스스로 자랑스러워할 것 같아요. 공동작업을 통해 아이들이 함께 협동하고
다른 친구들을 이해하고 도와주면서 사회성도 기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유주현 사업담당자 -

도자는 주제는 있지만 그 주제에 맞게 우리 아이들이 자유롭게 표현하고, 선택의 폭도 넓고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는 활동입니다.
또한 도자는 구워야 하므로 작품을 만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인데, 이러한 시간을 통해 아이들의 인내심이 좋아지고, 차분해지고,
작업의 순서를 따라야 해서 규범과 예절을 배울 수 있어서 발달 장애 청소년에게 교육적 효과가 매우 크다고 해요.
앞으로도 이런 창조적인 배움의 기회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신체적, 정신적 재활을 넘어
예술적 끼와 재능을 발견해 새로운 꿈을 꾸고, 일상에서 더 많은 기쁨과 행복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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