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세대가 기후변화로 인해 무기력이나 상실감, 분노를 경험하는 현상인 '기후 불안'이 향후 주목해야 할 사회적 문제로 지목되었습니다. 지난 8일 진행된 '기후보건포럼'에서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기후변화와 정신건강'이라는 주제를 발표하며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 산불 등은 트라우마성 사건이 돼 우울, 불안, 수면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의 발생률을 높인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최근 들어 주목해야 할 문제는 기후 불안(climate anxiety)"이라며 "기후 불안은 주로 청소년, 청년세대에서 나타나고, 무기력감이나 상실감 분노로 이어진다"고 하였습니다(아시아경제, 2025.07.08.).
✅ 전지구적 문제가 된 기후 불안
2021년 WHO는 기후변화를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보건 위협'으로 규정하였으나, 기후위기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보건위협 가운데서도 '정신건강' 부문은 가장 심각하게 소외된 부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는 기후변화에 따른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으면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는 불안감에 따른 만성적인 무력감, 식욕감퇴, 분노, 죄책감, 우울감을 말합니다. 심한 경우에는 불면증이나 공황장애로까지 번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기후위기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는 2022년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 처음으로 공식화됐습니다. 그 예로 폭염은 호르몬과 중추신경에도 변화를 일으키며 치매, 범죄율을 증가시키며, 이상기후와 재난을 경험한 사람들은 트라우마로 인해 정신건강 문제를 가지게 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뉴스트리, 2023.04.07.). 또한, 미국과 멕시코의 평균 기온이 1°C 상승하면 자살률이 1%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뉴스트리, 2023.05.17.). 이러한 기후위기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와 관련하여 학계에서는 10년도 더 전부터 이 문제를 다루었으며, 2009년 세계적인 의학지 란셋(The Lancet)과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국제건강위원회 연구소의 공동논문에서 21세기 국제 보건을 위협할 가장 큰 문제는 기후변화에 따른 정신건강 악화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뉴스트리, 2023.04.07.).
✅ 청년에게 더 가혹한 기후 불안의 시대
‘기후위기가 불안하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아니며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 합리적인 불안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이러한 불안으로 인한 기후 우울증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초기에는 일상에 지장을 주는 정도이나,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인천일보, 2024.10.22.). 특히 청년 세대가 다른 세대보다 기후 불안에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해 자신들이 마지막 세대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기후변화에 대한 기여도 가장 적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오랜 기간 피해를 입어야 한다는 분노, 사회적 담론에서 밀려나 있다는 무력감 등을 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2019년 미국 심리학회(APA) 설문 결과 18~34세 성인의 47%가 기후변화로 인한 스트레스로 일상생활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응답하였으며, 2018년부터 영국에서는 정치권이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가족을 꾸리지 않겠다는 여성들의 '출산파업' 운동이 진행중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청년세대의 불안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3년 9월 청소년기후행동이 주도한 '글로벌 기후파업' 에서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다음'을 상상하기 어려워진 청년들이 나왔습니다. 2021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기후변화를 피부로 느낀다'고 응답한 청소년이 42%에 달했으며(뉴스트리, 2023.04.07.), 2023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만 19~65세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후불안 설문조사에서 기후불안 평균 점수는 1.9점(5점 만점)으로, 특히 20대(2.02점), 30대(1.99점)에서 점수가 높아 젊은층일수록 기후변화에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인천일보, 2024.10.22.).
📌 기후불안에 흔들리는 청년세대, 이제는 사회가 답할 때
앞서 '기후보건포럼'에서 심센터장은 기후 불안이 단순한 정서 반응을 넘어 교육, 진로, 인간관계, 출산 계획 등 삶의 다양한 결정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기후 불안이 아직까지 정신질환으로 분류되지는 않았으나, 이미 세계보건기구(WHO)와 여러 연구기관에서 주요한 정신건강 이슈로 다루고 있는 만큼 국내 실태 조사 및 세대별 특화 대응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심센터장은 "이제는 기후보건영향평가에 정신건강 지표와 미래 예측 분석이 명시적으로 포함돼야 한다"며 "기후재난 심리지원 체계 정립과 지역 기반 정신건강 서비스 확충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아시아경제, 2025.07.08.). 기후 불안은 개인의 감정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문제 입니다. 특히 청년세대는 자신들이 일으킨 적 없는 위기의 결과를 오랫동안 감당해야 한다는 불공정함 속에서 무기력감과 분노, 상실감을 겪고 있습니다. 교육, 진로, 인간관계, 출산 계획 등 삶의 중요한 결정들까지 흔들고 있는 기후 불안은 이제 사회 전반의 대응을 필요로 하는 구조적 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사회의 대응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에 기후위기 문제를 환경 영역에만 한정하지 않고, 정신건강과 청년정책 전반에 걸쳐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청년세대가 경험하는 기후 불안을 외면하지 않고 다양한 지원을 통해 사회가 응답할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