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은 빈곤에서 벗어나는 첫걸음 입니다. 그러나 기초생활보장제도 안에서 살아가는 많은 장애인에게 취업은 탈출구가 아닌 또 다른 위험이 되고 있습니다. 근로로 인해 생계급여 감소와 의료급여 상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빈곤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오히려 생계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역설적인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일하는 장애인'의 빈곤 탈출을 위한 입법 및 정책과제」 보고서는 이러한 현실을 '복지 절벽'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엄격한 보충성 원칙이 장애인의 자립을 가로막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월 22만 8천 원의 소득이 발생할 경우 생계급여가 21만 4천 원 감소해, 새로 번 소득의 94.1%가 사실상 회수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장애인 가구의 경우 근로소득 대비 생계급여 감액률이 56.3%에 달합니다. 즉, 근로소득의 절반 이상이 급여 삭감으로 환수되면서 실제 소득 증가가 제한되고, 가처분소득 증가를 원천 봉쇄해 탈빈곤을 가로막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에이블뉴스, 2026.04.14.).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수급 장애인이 취업으로 소득 기준을 조금만 초과해도 의료급여 자격을 상실하면서 본인부담 의료비가 최대 7배까지 증가하게됩니다. 실제로 근로 및 사업소득이 발생한 이후 수급이 중지된 장애인 가구 비율은 65%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경제활동 참여가 곧 사회안전망 이탈로 이어지는 구조적 모순이 존재하는 것입니다(에이블뉴스, 2026.04.14.). 이에 저소득 장애인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순간 사회보장에서 탈락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 근로 전환기 보호 정책, 세계적 흐름 속 한국의 첫 발
일하는 장애인이 마주하는 복지절벽의 문제를 완화 하기 위해 최근 국회에서는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예지 의원(국민의힘)이 발의한 이번 개정안은 장애인이 근로를 시작하더라도 기존 사회보장 체계에서 즉시 이탈하지 않도록 제도적 완충 장치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에이블뉴스, 2026.03.06.).
이러한 접근은 이미 해외 여러 국가에서 제도화되어 온 방향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OECD 주요 국가들은 복지정책과 노동시장 정책과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근로 연계적 복지(welfare-to-work)' 또는 '근로 유인적(work incentive) 정책설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미디어생활, 2025.04.04.).
미국은 'PASS(Plan to Achieve Self-Support)' 제도를 통해 장애인이 자립을 위해 저축한 자산을 소득 산정에서 제외함으로써 실질 소득이 감소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취업 초기 6개월 동안은 수당을 전액 유지해주는 '완전 누적 제도'를 운영해 노동시장 진입 단계에서 일정기간 소득을 보전 받을 수 있도록 하며, 일본 역시 '취업자립급여금'을 통해 취업 초기 소득 역전을 방지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도 근로 능력이 있는 장애인에게 단순하게 소득보장을 하는 것이 아닌, 구직자수당과 고용연계 중심의 급여를 제공하고 취업 이후에도 일정 기간 급여를 유지하여 안정적인 노동시장 정착을 지원하고 있습니다(에이블뉴스, 2026.04.14.; 미디어생활, 2025.04.04.).
이와 같은 국제적 흐름에 비추어 볼 때, 김예지 의원이 발의한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근로 전환기에 발생하는 소득 단절 위험을 완화하고 장애인의 지속적인 노동시장 참여를 지원하려는 제도적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개정안은 근로로 인해 수급 기준을 초과하더라도 기존 의료급여 수급 장애인의 의료급여를 2년간 유지하도록 하고, 장애인이 기존 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이 아니더라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자산형성지원 대상에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에이블뉴스, 2026.03.06.). 이와 같은 법 개정은 근로 전환기의 소득 불안정을 완화하고 제도적 보호를 강화함으로써 노동시장 참여 확대와 장기적 자립 기반 형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 복지절벽을 넘어, 빈곤의 덫을 끝낼 전환점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장애인의 생계를 지탱하는 핵심 안전망이지만, 동시에 노동시장 참여를 가로막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근로소득이 발생하는 순간 급여가 급격히 감소하거나 의료급여 자격이 상실되는 현행 구조는 노동을 통한 탈빈곤을 지원하기보다 오히려 '빈곤의 덫'으로 작동해 왔습니다.
최근 국회와 정책 현장에서 제기되는 제도 개편 논의는 이러한 한계를 넘어 복지와 노동을 연결하려는 전환의 시도로 평가됩니다. 근로 전환기에 대한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의료 안전망을 유지하려는 입법 움직임은 장애인이 일을 선택하는 순간 제도적 보호에서 벗어나야 했던 구조를 구조를 완화하려는 첫 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보고서 또한 장애인의 실질적 탈빈곤을 위해 근로소득 공제 확대와 의료 안전망 강화를 핵심 입법 과제로 제안하였습니다. 보고서는 일할수록 소득이 증가하도록 소득 인정 체계를 개편하고, 소득이 기준을 소폭 초과했다는 이유만으로 급여가 중단되는 '복지 절벽'을 완화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장애인 노동 통계 확충과 자산 형성 지원 확대 등 장기적 자립 기반 구축 역시 중요한 정책 과제로 제시하였습니다(에이블뉴스, 2026.04.14.).
이러한 움직임과 제안들은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더 이상 노동을 제약하는 구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러한 논의를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가는 일입니다. 장애인이 일을 선택하는 순간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동과 복지가 함께 작동하는 체계를 구체적으로 설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