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사회
Q. 코로나 사태가 더 심각해지고 있네요. 오랜만에 모이셨다고 들었어요.네 맞아요. 시청각장애인은 이런 자조모임이나 체험활동을 통해 연대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아주 중요해요. 그래서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졌을 때는 만나서 밥도 먹고, 피자 만들기 체험도 했어요.코로나 때문에 통역사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가 됐어요. 당사자가 30명이면 통역사가 70명에서 80명 정도 필요하거든요. 통역사 중 한 명이 확진됐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당사자와 활동지원사도 접촉을 피하는 분위기가 심해졌어요.
Q. 코로나 상황에서 시청각장애인분들의 불안감이 극심했을 것 같아요.우선 정보를 얻지 못하니까 너무 불안했죠. 그나마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자조모임도 중단됐으니까요. 촉수어를 사용하든 근거리에서 음성으로 말하든 모두 근접해서 소통을 해야 하는데, 사회적 거리두기로 접촉을 피하게 되니 통역사와 활동지원사 모두 만나기 어려웠고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외출이 어려워지면서 고립 상태에 빠지는 것인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에요.Q. 시청각장애는 관심도 지원도 가장 적은 유형이라고 들었어요.대부분 시청각장애를 중복장애랑 혼용해서 사용하는데, 엄연히 다른 개념이에요. 색깔에 비유하자면 빨간색과 파란색을 혼합했을 때 보라색이 되잖아요. 그렇다고 보라색을 ‘빨간색과 파란색의 혼합색’ 이렇게 부르지는 않아요. 그런 의미에서 시청각장애인은 ‘보라색’인 거죠. 두 가지가 혼합되어 나타난 제3의 색깔이자 제3의 장애이기 때문에 중복장애라고 불리는 걸 선호하지 않습니다.
Q. 국내에서 헬렌 켈러 법(시청각장애인 지원법) 제정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요.사실 법과 제도를 정비한다고 하는데, 막상 현실에서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더 많아요. 시청각장애인은 무조건 특수교육 교사가 가르칠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한다고 해도, 시청각장애아동을 교육하는 특수교사 자체가 거의 없잖아요. 진짜 당사자들이 바라는 것은 당사자 중심의 지원정책이에요. 차라리 당사자들이 모인 자조 단체의 재원 마련에 도움을 주던지, 해외의 좋은 정책 사례를 보고 배울 수 있도록 유학사업, 파견사업을 지원하는 방향 등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해요.또 한 가지 바라는 것은 ‘맞춤형 활동지원사’ 양성이에요. 활동지원사들이 수어를 못 하니까 곤란할 때가 많아요. 시청각 통역이라는 것은 단순히 말을 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아요. 누군가 나에게 말을 할 때 저 사람이 나를 째려보면서 말하는지, 내가 말하는 데 딴짓하고 있는 건 아닌지, 큰 소리로 말하는지, 소곤소곤 말하는지 등 들리고 보이는 모든 상황을 통역할 수 있어야 하죠. 통역 활동지원사라고 통칭해서 부르기도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제도가 절실해요.
Q. 2021년 계획이 궁금합니다!저희 단체는 교육 사업에 주력하고 있어요. 당사자에게 점자정보단말기와 수어, 문해 능력, 국어를 가르치고 있고요. 시청각장애인 대회는 매년 추진하려고 계획 중이고, 2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아시아 시청각장애인 컨퍼런스’에 참여하는 것과 4년마다 열리는 국제행사에 나가는 것도 목표예요. 국내 시청각장애인 단체가 국제무대로 계속 진출할 수 있어야 해요.무엇보다 장애인 자립의 최종 목적인 일자리 연계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국제 대회만 가도 항상 해외 국가들은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어오고 플리마켓도 하는 데 매번 한국만 빈손이더라고요. 그래서 돈을 버는 목적에는 못 미쳐도 최소한 해외 시청각장애인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고자 다양한 프로그램을 고안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