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사회
지난 해, 코로나19로 활동이 제한된 상황임에도 활발하게 장애인 인식개선 활동을 펼쳐준 분들이 있습니다. 바로 허브메신저 16기인데요. 각자의 자리에서 장애인 인식개선의 메시지를 보내던 허브메신저를 대표해 우수 활동자이휘경, 손유리 님이 직접 활동 수기를 보내주셨습니다.
🏆 허브메신저 16기 우수활동자 이휘경
‘장애’라는 세상의 사각지대
제 안에 머물러 있던 시선이처음 바깥을 향하게 된 것은, 영화 <아이 엠 샘>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어딘가 답답한 기분을 느꼈습니다.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겪는 대부분의 일들이 그를 자유롭지 않게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주인공은 지적 장애를 가진, 한 아이의 아빠 였습니다.
‘장애’는 저에게 세상의 사각지대를 처음으로 알려줬습니다.살아갈수록 보이지 않았던 커다란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그렇게 영화를 시작으로 차이가 차별을 만드는 사회를 알게 되고, 장애인에게 가해지는 여러 폭력들을 눈과 귀로 경험하기 시작했습니다. 점자가 없는 수많은 물건들부터 시작해 수어 통역이 부재한 코로나 검사까지.모든 것들이 장애를 ‘살아가기 힘든 것’, ‘불편한 것’으로 만들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허브메신저를 준비하면서
매체에서 장애인이 겪는 차별들을 접할 때마다 분노감이 생겼던 저는 한국장애인재단 서포터즈 허브메신저 모집글을 보자마자 지원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뭐라도 해서 차별을 없애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었습니다. 지원서를 쓰던 중 허브메신저 15기분들이 만들었던 유튜브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장애를 가진 세 학생의 인터뷰 영상이었는데 장애는 정도의 차이일 뿐 특별하게 보지 말아 달라, 장애가 적은 사람부터 많은 사람까지 다양한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것일 뿐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영상을 본 후 저는 부끄러워졌습니다. 오로지 전 스스로를 제 3자의 입장이라고 생각하고, 한 발짝 뒤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사람 입장에서 화만 냈던 것이었습니다. 저 또한 장애를 적게 가졌을 뿐인데 말입니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인식을 개선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고쳐야하는 사회 문제들 중 하나여서가 아닌,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누리며 살아가는 자기 인생에서 평등하게 행복을 누릴 권리 말입니다. 그렇게 서포터즈 지원 직전까지 배움을 얻게 된 저는 장애인 인식개선 활동에 꼭 참여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허브메신저에 지원했습니다.
일상 속에서 ‘장애’를 주목하다
허브메신저는 달마다 2개의 장애인 인식개선 콘텐츠를 제작하는 개인 과제와 조원들과 함께 행사 기획, 취재 등을 통해 카드뉴스, 영상을 만드는 조별 과제가 있습니다. 합격의 기쁜 소식을 듣고 바로 개인 과제인 카드뉴스부터 제작했습니다. ‘장애’를 처음 접하게 해준 것이 영화였기에 “장애를 가진 이들의 삶을 조명하는 영화들”을 소개하는 카드뉴스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매달 관심있는 주제, 알리고 싶은 것들로 카드뉴스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수어, 장애 예술, 장애 아동 교육 정책 등 다양한 주제들을 공부하고 공유했습니다.
조별 과제에서는 저희 조 ‘박하사탕조’ 조원들과 함께 코로나19로 인해 뒤바뀐 세상에서 새롭게 생겨난 문제점들에 대한 카드 뉴스를 만들었습니다. 저 포함 6명 모두 코로나19로 인해 교육, 고용, 복지 등 여러 분야에서 더더욱 악화된 장애인에 대한 차별에 대해 공분하고,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총 6개의 카드뉴스를 통해 문제점들을 짚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내용을 담아 인스타그램 계정(@herb_bakha)에 업로드 하였습니다.
또, 두 번째 과제로 ‘장애인이 겪는 일상생활 속 불편함’이라는 주제로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발견한 것을 각자 영상에 담아 온라인으로 함께 보면서 비대면 방구석 토론을 진행하는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 채널(ch. 한국장애인재단 허브메신저 16기 박하사탕조)에 게시했습니다. 이를 통해 유도블록에 놓인 킥보드, 점자가 없는 편의점 음료들, 이용할 수 없는 상태로 방치된 장애인 화장실, 고장난 지하철 엘리베이터 등 바깥에 만연한 차별점들에 대해 짚어보고 해결방안을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허브메신저로 얻게 된 마법의 안경
조금은 유치한 표현일 수 있지만 과제들을 하나씩 해가면서 마법의 안경을 얻게 된 기분이었습니다. 보이지 않던 것이 더 많이 보이게 된 것입니다. 개인 과제 뿐만 아니라 조별 활동도 함께 하니, 다른 조원들의 시선 또한 공유하면서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평소에 지나쳤을 것들이 한꺼번에 눈에 들어오게 되니 부끄러우면서도 앞으로의 삶의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허브메신저를 통해 장애인 인식 개선 활동을 하면서 어디서도 얻지 못할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편견과 차별에 맞서 세상을 배워나가는 학생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허브메신저 16기 우수활동자 손유리
허브메신저를 지원한 이유
제가 장애인 인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살면서 가까운 사람 중에 장애가 있는 사람이 없었고, 장애인에 관한 이슈를 접할 일이 드물었기 때문에 장애인의 인권, 장애인의 삶은 나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작년 1학기에 대학교에서 ‘특수아동의 이해’라는 수업을 들으면서 장애인이 겪는 불편함은 신체적 결손이 아닌 비장애인을 중심으로 이뤄진 사회환경에서 비롯되는 것임 알게 됐고, 장애인의 인권 향상은 비장애인들도 함께 노력해야 이룰 수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됐습니다. 그렇게 저는 장애인의 인권 향상을 위해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됐고,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로 한국장애인재단에서 허브메신저 16기를 모집하는 것을 발견하게 돼 기쁜 마음으로 허브메신저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허브메신저로 활동하면서
매달 어떤 주제의 장애인 인식개선 콘텐츠를 만들지를 정하는 것은 굉장히 고민되는 일이었습니다.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지는 않을까 걱정돼 각종 논문,기사를 찾아보거나 관련 기관에 전화로 문의해 보기도 했습니다.그렇게 해서 완성된 콘텐츠를SNS에 올렸을 때,사람들로부터 좋은 콘텐츠를 올려주어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 저는 굉장한 보람과 허브메신저로서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나는 당신을 고무시키는 존재가 아닙니다>
(왼쪽 위) <장애란 무엇일까요?> (오른쪽 위) <나는 시각장애인의 파트너입니다>
(왼쪽 아래) <통합교육> (오른쪽 아래) <통합체육>
장애인 인식개선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저는 ‘통합’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장애를 비장애인의 시선에서 단순히 이해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애를 하나의 다양성으로 받아들여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통합사회의 당위성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따라서 장애인 시설 증설보다는 탈시설화를, 일반학교에 특수 학급을 증설하기보다는 장애/비장애 학생이 함께 교육을 받는 통합교육을, 그리고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통합스포츠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제작했습니다.
허브메신저를 마무리하며
허브메신저 활동을 통해서 장벽 없는 사회, 통합사회를 위해서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습니다. 코로나19로 허브메신저 간의 교류와 다양한 오프라인 활동을 할 기회가 적었던 점이 정말 아쉬웠지만, 그래도 저에게 있어 매우 뜻깊은 4개월의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명예 허브메신저로서 다름이 힘이 되는 사회가 되는데 열심히 이바지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