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사회
시각장애인이 영화를 어떻게 보는지 아시나요?
박정민 배우와 함께한 ‘밀수’ 화면해설 영화 상영회🍿
박정민 배우
8월 17일 목요일, 조금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박정민 배우와 함께하는 ‘밀수’ 화면해설 영화 상영회이다. 7월 26일 개봉해 누적 관객 약 484만 명(8월 23일 기준)을 동원한 영화 ‘밀수’에 출연한 박정민 배우가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밀수’ 화면해설 영화 상영회를 열었다. 이번 행사를 위해 자비로 영화관을 대관하고, 행사 비용도 기부했다. 한국장애인재단과의 인연은 오디오북 녹음 재능기부에서부터 이번 행사까지 이어졌다.
시각장애인은 어떻게 영화를 관람할까
우리나라 영화 시장은 경제 규모와 인구 대비 꽤 큰 시장이다. 다만 그 안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있다. 영화를 감상하기 어려운 시각, 청각장애인이다. 영상만으로도 시각에 의지하거나 소리만으로 청각에 의지해 시청하는 이들은 비장애인과는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
상영회 현장
이들이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등장인물의 생김새, 표정, 관계, 기분, 카메라 각도 등 청자의 이미지화를 돕는 일이 필요하다. 시각, 청각장애인의 원활한 영화 관람을 위해 나온 것이 화면해설 영화이다.
* 화면해설 영화란,
일반 극장 상영작 감상이 불편한 시각·청각장애인 관객을 위해 기존 영화에 대사, 음악, 효과음 등 각종 소리를 한글 자막으로 적은 자막 해설, 배우의 표정, 행동, 장면의 상황 등을 음성으로 설명해 주는 화면해설 서비스가 들어간 영화를 말한다.
이번 행사에서 눈여겨볼 점은 바로 시각장애인의 영화 관람을 돕는 ‘화면해설 영화’ 상영이다.
상영회는 1부와 2부로 나눠 진행됐다. 1부에는 시각장애인과 보호자, 활동지원사, 장애인복지 종사자 등 약 100명이 함께했고, 2부에는 기부자 약 100명이 함께했다. 영화 관람을 위해 티켓을 들고 행사장으로 들어서는 사람들의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폈다. 그 맞은 편에는 입장하는 사람들을 한 분 한 분 맞이해 주는 박정민 배우가 있었다.
눈을 감고 그려보는 영화 속 장면
영화가 시작되고 장면마다 상세한 설명과 자막이 덧붙여지니 머릿속에 화면이 그려지는 효과가 있다. 귀로 들리는 영화 속 모든 소리, 색, 음향은 더욱 풍부한 감상을 도와 뜻깊은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고 상영회 참석자들은 이야기한다.
왼쪽부터 강희영, 박현선, 이은경 참석자
박현선(시각장애인)
아무래도 제가 보이지 않다 보니 놓치는 부분이 많은데 이번 화면해설 영화에는 섬세한 설명이 들어가서 모든 부분이 이해되고 더욱 재밌게 봤어요. 좋은 기회로 이렇게 많은 시각장애인 분과 다 함께 영화 관람할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강희영(시각장애인)
박정민 배우가 입장할 때 문 앞에서 일일이 팝콘과 선물을 나눠주신 게 기억에 남아요. 너무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한 분 한 분 일일이 나눠주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런 모습에서 세심함이 돋보였어요. 감동이고 좋았습니다.
참가자들은 박정민 배우의 세심함이 돋보였던 행사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일일이 사람들을 맞이하는 게 놀라웠다고 한다. 상영회 개최만으로도 고마운 일인데 직접 맞이하는 모습이 감동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는 어떻게 열렸을까?
박정민 배우는 바쁜 촬영일정 중에도 틈틈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 제작에 목소리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시각장애인 문화접근권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는 곧 시각장애인을 위해 화면해설 영화 상영회를 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상영회 현장
그는 인터뷰 내내 진중하고, 겸손하고,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혹시나 본인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을지 늘 걱정한다. 이타적인 생각에서 비롯된 행동도 자신에 대한 홍보처럼 비칠까 우려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런 점을 조심하면서 시각장애인과 함께하는 또 다른 행사도 고민해 보고 싶다고 전했다.
박정민 배우
배우라는 직업, 그리고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사람으로서 지켜야 하는 선에 대해 늘 생각해요. 어떻게 발맞춰 갈 수 있는가를 계속 고민 중이에요. 의미 있는 일을 꾸준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박정민 배우
행사를 위해 더운 날 걸음 해준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고 현장에 와보니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서 행복했다고 그는 말했다. 좋은 뜻에 좋은 마음으로 함께 해준 기부자 분들께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100분의 기부자들이 소수일지라도 앞으로 그 100분이 1천 명, 만 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선한 영향력의 확장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박정민 배우
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있고, 또 제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마음이 모여 외부로 확장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제가 굉장히 쑥스러움을 많이 타서 팬미팅 처럼 팬분들과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익숙하지 못해요. 이런 자리로 조금씩 채워나갈 수 있으면 저도 용기가 생길 것 같고 언젠가 팬 분들을 위한 온전한 자리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장애인들을 위해 본인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신중하게 고민하는 그와 한국장애인재단의 따뜻한 동행이 계속되기를 소망한다.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
영화가 끝나고 퇴장하는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있다. 시각장애인 기관(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 종사자 주예찬 씨는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주예찬 종사자
주예찬(장애인복지 종사자)
시각장애인분들과 문화 활동을 체험할 기회가 많지만, 이번 행사는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도 모두 함께 즐길 수 있어 더욱 의미가 있었어요. 이런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참석한 관계자들 역시 이번 행사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은 박정민 배우가 입장하는 모든 사람을 직접 맞아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면해설 영화를 감상하는 내내 상황마다 설명이 상세해서 좋았다며 나아가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소중한 기회가 이곳에서 피어나기를 기대한다는 소망을 전했다.
시각장애인의 문화접근성을 돌아보다
2부에는 100명의 기부자가 함께했다. 한국장애인재단에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응모되고, 100명을 선착순으로 모집했다.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해 기부하려는 사람, 박정민 배우와 함께 뜻깊은 기부에 동참하려는 사람들이 함께했다.
상영회 현장
박정민 배우의 무대인사와 간단한 소감이 끝난 후 기부자와의 질의응답 시간이 마련되었다. 작성한 질문이 선정돼 박정민 배우가 질문에 답변한 사람과는 함께 사진을 찍는 시간도 가졌다.
영화 상영이 끝난 뒤 가벼운 걸음으로 상영관을 나오는 사람 중 두 명과 이야기를 나눴다. 기부자 서용진 씨는 이번 화면해설 영화가 지금껏 본 영화와는 다른 특별한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부자 서용진, 상민규 씨
서용진(기부자)
중간중간 화면해설 영화를 느끼기 위해 눈을 감고 영화를 감상했어요. 바닷속 풍경을 듣고 어떤 바다일지 상상하고 주인공의 표정, 액션도 머릿속에 그리면서 보니 좀 더 새롭고 재미있게 관람했습니다.
조금은 ‘특별한 기부’ 방식도 좋았어요. 박정민 배우와의 만남, 특별한 화면해설 영화 관람,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기부가 만난 것처럼요. 그러다 문득 원데이 클래스와 같이 누군가는 특별한 재능을 나누고, 저희는 참가비용을 통해 참여하는 활동처럼 기부문화를 서로 나눌 기회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습니다.
함께 나눈 시간 덕분인지 서용진 씨는 장애인 문화접근권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겠다고 말했다. 영화 관람에 더 신경을 기울인 것도 실제 시각장애인이 영화를 볼 때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는 그녀는 이런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웃음을 띠었다.
장애인 문화접근권에 대한 생각이 더 많이 피어나길
행사에 참석한 많은 사람이 입을 모아 이번 상영회를 통해 ‘화면해설 영화’가 무엇인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전에는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들이 어떻게 영화를 보는지, 문화생활을 하는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이번 행사를 통해 화면해설 영화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장애인의 문화접근권에 관심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 많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앞으로도 이런 행사가 이어져 많은 사람들이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길 기원한다.
상영회 현장
취재 : 이경은, 금휘수
사진 : 홍경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