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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사고, ‘몇대몇’ 하기 전 예방해야죠🚕

2024.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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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사고, ‘몇대몇’ 하기 전 예방해야죠🚕

한문철 변호사





자동차 2차 사고 예방 세이프온 캠페인





지난 5월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에쓰오일 주유소. 유튜브와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듣던 익숙한 목소리가 주유소 실내외 공간을 가득 채웠다. '한문철TV'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이자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한블리)'를 진행하는 방송인이기도 한 한문철 변호사가 그 주인공이다. 이날 그는 자동차 2차 사고 예방을 위한 '세이프-온' 캠페인 참여자로서 자리를 빛냈다. 직접 개발해 제작한 반광 조끼와 모자 700세트를 기부한 것이다.



'세이프-온' 캠페인은 교통사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하는 '2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에쓰오일과 한문철TV, 한국장애인재단이 함께 힘을 모았다. 늘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순간부터 그 이후에 주로 대중들을 만나왔던 한 변호사. 이번엔 2차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그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한문철 변호사




1차 사고보다 사망률 7배 높은 2차 사고


자동차 2차 사고는 교통사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하는 사고다. 교통사고가 나면 통상 차량이 움직일 수 없게 되기 때문에 뒤에서 오는 차량에 의해 추가적인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2017년~2021년 고속도로 2차 사고 사망자 수는 162명이다. 연평균 32명이 사망하는 것이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사망률이다. 1차 사고를 당한 100명 중 8.6명이 사망한다면 2차 사고는 60.2명이 목숨을 잃는다. 사고를 처리하기 위해 출동한 경찰관들이 2차 사고로 사망하거나 크게 다치는 경우도 잦아 심각성을 더한다.



한 변호사가 주로 업무를 보는 사무실 공간은 각종 모니터와 크로마키 세트가 설치돼 있었다. 인터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실제 블랙박스 화면들을 보여주며 2차 사고의 위험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한 변호사가 보여준 수많은 사고 영상은 주로 밤에 촬영됐다. 밝은 낮에는 사고 난 차량이 도로에 서 있어도 운전자들이 쉽게 발견할 수 있지만 밤에는 발견이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한문철 변호사



“시야가 제한되는 어두운 밤 교통사고가 더 자주 일어나죠. 과거에는 이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주로 ‘흰 옷을 입으라’고 했어요. 그런데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어두운 밤에는 아주 흰 옷이라도 매우 가까이 가야만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죠.”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2017년 장애인 실태조사’를 보면 장애인 가운데 88.1%가 후천적으로 장애를 얻는다. 그중 32%가 교통사고나 낙상 등 ‘사고’로 인해 발생한다. 2차 사고는 높은 치사율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에게 장애의 아픔을 남기는 것이다. 평생을 교통사고 분석과 사후 처리를 연구하는 데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한 변호사가 ‘세이프-온’ 캠페인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내 전문성이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캠페인의 일환으로 한 변호사는 직접 제작한 반광 조끼와 모자 700세트를 기부했다. 약 7,700만 원에 달하는 규모다. 에쓰오일이 기부한 비상 경고판(LED)과 함께 장애인 운전자의 2차 사고 예방에 쓰일 예정이다. 그가 기부한 반광 물품들은 작은 불빛만으로도 착용자의 위치를 드러낼 수 있다. 제작 과정에서 그는 직원들과 함께 직접, 그것도 실제 현장에서 여러 번 실험을 반복했다. 실험 결과도 블랙박스 영상으로 녹화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블랙박스 화면을 가리키며) 비교를 위해 흰 옷을 입은 사람과, 제가 개발한 반광 조끼와 모자를 쓴 사람을 나란히 서 있게 해봤어요. 주변에 빛이 하나도 없는 깜깜한 밤이죠. 흰옷은 50미터 가까이 와야 보일까 말까 하지만 반광 의류를 입은 사람은 300미터 밖에서도 보이죠?"





한문철 변호사




한문철TV와 에쓰오일, 한국장애인재단이 함께 캠페인을 준비하면서 처음 확정된 기부 물품은 LED 비상 경고판이었다. 하지만 한 변호사는 아쉬움이 남았다. 오랜 세월 블랙박스를 분석한 경험에 비춰봤을 때, LED 경고판과 함께 반광의류가 전달되면 운전자에게 더욱 경각심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도로 위 표시등과 너무 비슷해 그냥 '표시등인가 보다' 하고 지나칠 수 있다는 걱정도 들었다. 트렁크를 열고 설치해야 한다는 점도 자칫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사고가 나면 트렁크가 망가져 트렁크 문이 열리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경고판 설치가 여의찮을 수 있기 때문이다.



"LED 경고판도 좋은 아이디어지만, 경고판과 함께 반광 조끼, 반광 모자를 함께 기부하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조수석 수납함에 보관하다 사고가 나면 빠르게 입거나, 야간에 운전할 때는 항상 입고 운전하는 것도 괜찮아요. 어떻게 반광의류를 기부하게 됐냐고요? 에쓰오일도 그 정도 한다길래 거기에 맞췄죠. (웃음)“




나를 위한 길이 결국 남을 위한 길 되기도


인터뷰를 하면서 한 변호사는 ‘내가 하는 모든 일이 남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하는 일은 아니다’라고 겸양했다. 하지만 그가 인정하는 것 이상으로 한 변호사가 해 온 많은 일들은 교통사고로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큰 도움이 됐다.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처음에는 피해자들을 위한 소송만 했다. 수천 건의 소송을 대리한 결과 국내에서 교통사고 과실 비율, 이른바 '몇 대 몇'을 제일 잘 아는 변호사가 됐다. 많은 사고 사례를 접하다 보니 억울한 운전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들 앞에 놓인 건 운전자 보험을 들었어도 변호사의 도움을 제때 받지 못하는 현실이었다. 사고가 난 운전자들은 경찰 조사 단계부터 변호사 선임이 필요한데 모든 운전자 보험이 검찰에 의해 법원에 기소된 다음부터 선임비를 지원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한 보험사와 손잡고 이런 고충을 해결할 수 있는 '한문철의 초기대응 플랜'이라는 상품을 만들었다. 여러 운전자가 이 옵션을 보고 해당 보험 상품을 선택하자 이제는 다른 모든 보험사도 같은 상품을 내놓고 있다. 그가 현장에서 보고 들은 애로사항을 바탕으로 사업 아이템을 기획하자 시장 전체가 그 방향으로 움직인 셈이다.



유튜브와 사업을 하면서는 '급발진'으로 인해 억울한 상황에 놓인 운전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급발진이란 차량이 운전자가 의도하지 않은 급가속을 일으키는 현상으로, 정황상 차량 결함에 원인이 있을 것이라는 강력한 의심이 드는 경우에도 제조사가 인정한 사례가 없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문철 변호사




"급발진 피해자들을 많이 보다 보니 너무 억울해 보이는 거예요. 블랙박스를 보면 정말 잘못한 게 없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은 믿어주지 않고 판사도 인정을 안하고요. 계속 운전자가 실수로 가속 페달을 밟았다는 거예요. 그래서 운전자가 실제로 페달을 밟지 않았다는 명확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작년에 블랙박스 업체와 함께 ‘페달 블랙박스’를 만든 이유예요."




억울한 사고로 장애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이제 그의 ‘비자발적’ 선한 영향력은 교통사고 피해를 예방하는 데 쓰일 것으로 보인다. 그가 개발한 상품들이 2차 사고 예방은 물론 교통사고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로 하여금 더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기 때문이다. 가령 전동 휠체어나 의료용 전동 스쿠터를 타고 다녀야만 하는 장애인. 횡단 보도가 없는 시골길을 걸어가야 하는 노인 등이 대표적이다.



“차대차 사고는 사람이 죽을 일은 많이 없어요. 에어백이 잘 돼 있어 덤프트럭이 승용차를 깔고 지나가지 않는 한 사망사고는 잘 일어나지 않죠. 차대 사람 사고도 보행자가 무단횡단을 하지 않으면 잘 일어나지 않는데, 문제는 시골길 같은 곳은 인도가 없어 보행자들이 어쩔 수 없이 차도로 보행을 많이 하게 된다는 거예요. 가로등도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많아 밤에는 사고 확률이 더 높아질 수밖에요.”



시골에서 많이 타는 경운기, 노인이나 장애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전동 스쿠터에 반광 자재가 사용되면 사고율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을 거라고 보는 이유다. 특히 전동 스쿠터는 탑승자의 머리를 받치는 받침대 뒷부분이 대부분 까만색이어서 뒤에서 오는 차량들에 부딪힐 수 있는 위험이 높다. 반광 자재를 받침대 뒤에 붙일 경우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한 변호사는 보고 있다. 경운기나 대형 차량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대형 판초도 나왔다. 가로가 240cm, 세로가 130cm 정도 되는 큰 크기에다 내부에 자석이 들어 있어 버스나 트레일러 같은 대형 차량에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고, 밤에 고속도로에서 고장이나 사고로 차를 갓길로 뺄 수 없을 때도 대형 반광판초우의를 자석을 이용해 차에 펼쳐 붙이면 800미터 거리에서 커다란 전광판처럼 환하게 보여 2차 사고 예방에도 큰 도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루를 48시간처럼 사는 '원조 N잡러'


뜻깊은 캠페인에 동참한 캠페이너로서의 정체성 외에도 한 변호사는 여러 ‘부캐’를 갖고 있다. 178만 유튜브 채널, 법률 플랫폼 '스스로닷컴' 운영자, 방송인, 사업가... 한 변호사는 요즘 2030 세대가 빠져 있는 'N잡'을 수년 전부터 하고 있는 '원조 N잡러'인 셈이다. 하루가 48시간이어도 모자랄 것 같은 그는 실제로 하루를 남들보다 2~3배 길게 사용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한문철 변호사




"정말 바쁘게 살아요. 아침에 일어나 스마트폰을 들고 화장실로 가장 먼저 가요. 잠자는 동안 올라온 블랙박스 영상이나 질문들을 검토하고 답변하는 게 첫 일정이죠. 1시간 정도 그 일정을 소화하고 난 다음에는 샤워를 하고 아내가 만들어 주는 야채 주스와 계란 후라이를 2개 정도 먹어요. 그리고 미용실로 출근해 메이크업과 머리 정돈을 받고 사무실로 출근하죠."



그가 이렇게 루틴을 지키며 사무실에 출근하는 날은 일주일에 절반 정도다. 나머지 절반 중 하루는 방송국에서 촬영하는 '한블리(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 프로그램을 녹화하거나 아이템 회의를 하는 데 쓴다. 또 일주일에 하루 이상은 외부 강의를 나가는 데 전국 곳곳을 돌아다닌다. 인터뷰가 있던 날도 경남 거제에 출장을 갔다 막 올라왔다는 그는 이동 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고 했다.



"거제에서 서울까지 오는 데 4시간 30분 정도 걸렸는데 그 시간은 그동안 스스로닷컴이나 유튜브에 올라온 질문에 답변을 달아주는 데 썼어요. 워낙 시간이 없으니 이런 자투리 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죠. 밥도 다른 사람과 약속이 있지 않은 이상 1시간씩 먹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일을 하다 보면 아주 짧게 밥을 먹거나 타이밍을 놓치는 일도 잦아요.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오피스텔이 있는데요, 사무실과 똑같이 방송하고, 블랙박스 영상 답변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놨어요. 평일 저녁에 사무실을 나와서, 또는 주말에도 출근해 밤늦게까지 일하고 갈 수 있도록 말이에요. 남들과 똑같이 밥 먹고 쉬면 똑같은 일밖에 할 수 없잖아요.“





한문철 변호사




이 모든 일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는 원동력에 대해서도 물었다. 한 변호사는 '30년간 쌓아 온 전문성'이라고 답했다. 오랜 세월 교통사고와 관련 기록을 검토하고 소송을 준비하다 보니 남들은 한 시간이 걸릴 일을 1분 만에 판단하고 처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그도 보지 못했던 새로운 영상들이 올라올 때 '아, 영상이 좋다'는 생각을 하면서 느껴지는 희열도 초인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덧붙였다.



평생 6천여 건의 교통사고 사건을 맡았지만 그중 기억하지 못하는 사건이 하나도 없다는 한 변호사. 그만큼 많은 일을 하면서 모든 일에 ‘진심’일 수 있는 열정이 국내 최고의 교통사고 전문가가 될 수 있었던 비결 아닐까. 그의 열정이 이제는 2차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노력으로 이어져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취재 : 황신아, 강인선

사진 : 홍경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