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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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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문턱에서, 장애 아이들과 나란히🧒🏻👦🏻🌱

2025.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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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문턱에서, 장애 아이들과 나란히

배우 김동욱과 함께하는 장애 아동·청소년 교육 캠페인🧒🏻👦🏻🌱






배우라는 일은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만나본 적 없는 인물을 그려내기 위해 타인의 삶에 마음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김동욱 배우는 “작품 속 인물에 다가가는 방법은 달라질 수 있지만, 누군가를 소중히 여기려는 마음은 늘 같다”고 말한다. 그런 그의 시선이 이번엔 장애 아동과 청소년을 향했다. 배움의 열망을 품고도 기회를 얻기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캠페인에 따뜻한 마음으로 함께했다.





시각장애인 캐릭터를 연기하며 마주한 세계


<커피 프린스 1호점>, <국가대표>, <신과 함께>.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 속에서 매번 다른 얼굴을 보여주며 ‘연기파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은 김동욱 배우에게도 특별한 시작이 있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시절, 시각장애인 ‘현우’를 연기한 단편영화가 그 출발점이다. 얼굴에 흉터가 있는 ‘동아’와 교감하는 이 작품에서, 그는 장애를 넘어선 소통의 가능성을 담아냈다.




사진 : 미스마플과의 하룻밤




역할에 몰입하기 위해 김동욱 배우는 며칠 동안 눈을 감고 지하철을 타봤다. 평소 익숙했던 길이 순식간에 낯설어졌고, 앞을 보지 못한다는 두려움이 온몸에 밀려왔다.



“꽤 오래전에 찍은 작품이지만 지금도 기억이 나요. 대학교 3학년 때 찍었던 작품이에요. 짧은 시간에 뭔가를 온전히 느끼고 준비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시각장애인이 갖는 어려움을 최대한 느껴보고 조금이나마 이해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며칠 동안 눈을 감고 지하철을 타고 다녀봤죠. 처음에는 너무 겁이 나서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100미터도 못 가서 눈을 뜨고 앞을 확인했어요. 앞을 볼 수 없다는 두려움과 막막함이 크게 다가왔어요. 현우라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시각장애인분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죠.”



그는 비로소 깨달았다. 시각장애인은 단순히 ‘불편한 일상’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늘 불확실한 세상 속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특히 당시만 해도 장애인 접근성을 고려한 인프라가 부족했기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일조차 수많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김동욱 배우가 이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건 단지 불편함이 아니었다. 그는 장애가 소통의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극 중 현우와 동아는 서로를 알아가며 마음을 나눈다. 시각장애인인 현우에게 동아의 흉터는 보이지 않듯, 두 사람의 사이에 ‘장애’는 없었다.



“여자 주인공인 동아와 남자 주인공인 현우가 정서적인 교감을 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과 불편함이 없었어요. 그래서 상대 배역과 같이 섬세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노력했던 기억은 있어요. 장애라는 것은 누군가의 특징일 뿐, 서로를 이해하고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데에 문제가 될 것은 없으니까요.”






<신과 함께>의 명장면을 만든 수어 연기


김동욱 배우를 ‘천만 배우’로 만든 작품, <신과 함께>. 그중에서도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은 장면은 ‘현몽씬’이다. 극 중 수홍이 어머니의 꿈에 나타나 수어로 대화하는 장면으로, 감정과 메시지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명장면이다. 이 장면을 위해 김동욱 배우는 수 개월간 수어를 연습했다.




사진 :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




“촬영 두세 달 전부터 수어 선생님과 함께 연기를 준비했어요. 이미 대본은 나와 있으니 수어로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를 계속 고민했죠. 수어는 우리 말의 어순과는 다르고 문장이 아닌 단어로 이루어져 있어서, 입으로 발화하면서 손으로 수어를 동시에 하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감독님, 그리고 수어 선생님과 계속 소통하면서 대사를 다듬기도 하고 꼭 필요한 말들만 할 수 있게 정리해 나갔어요.”



형으로 등장하는 ‘자홍’을 특정하는 수어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도 고민했다. 이름은 대명사이기에 그 사람을 특정하는 수어가 새로이 필요했다. 촬영 일주일 전까지도 혼자서 수어 연기를 고민하고 연습했다. 감정 전달과 대사 전달을 위해서 꼭 필요한 핵심적인 수어가 무엇일지 생각하고, 정확히 표현하기 위해 수정을 거듭했다. 그 결과 천만 관객들이 감동한 명장면이 탄생할 수 있었다.






사실 김동욱 배우에게 ‘장애’는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존재다. 시각장애를 가진 작은 할아버지 덕분에, 그는 어릴 때부터 장애를 ‘특별한 무엇’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삶의 일부’로 느끼며 자라왔다.



“작은 할아버지가 시각장애를 가지고 계셨어요. 명절이면 작은 할아버지 댁에 시각장애인 지인분들이 함께 모여 식사하곤 했죠. 어릴 때부터 그런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며 자라다 보니,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다르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저에게 장애는 낯선 게 아니라, 언제든 마주할 수 있는 익숙한 삶의 일부였어요.”





감사한 마음으로 캠페이너가 되다


장애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살아온 김동욱 배우는, 장애인과 함께 영화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알리는 일에도 함께해왔다. 2012년에는 영화 <마이 백 페이지>의 배리어프리 버전 더빙에 참여했고, 2020년에는 ‘가치봄 영화제’ 홍보대사로 활동했다. 하지만 그는 늘 겸손한 자세로, “기회가 주어졌기에 할 수 있었던 일”이라 말한다.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영화를 알리는 취지에 공감했어요. 그래서 홍보대사를 하게 되었죠. 더빙 작업도 취지도 물론 좋았지만, 배우로서도 새로운 작업의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제 목소리를 통해 누군가에게 영화가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게 또 하나의 경험이자 도전이기도 했고요. 저에게 기회가 주어졌기에 할 수 있었던 일입니다.”



한국장애인재단과 네이버 해피빈의 장애 아동·청소년 교육지원 캠페인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처음부터 큰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주어진 기회를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기회라는 건 제가 전혀 예상하지 않은 순간과 예상할 수 없었던 관계 속에서 왔던 것 같아요. 우연히 만난 어떤 누군가와 우연히 하게 된 어떤 일들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때가 있잖아요. 그러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때 그 순간이 제 인생에서 중요한 기회였던 셈이지요. 어떤 순간이 다가올지 모르기에 항상 기다리고 준비해야 하는 것 같아요. 늘 선택을 받아야 하는 배우라는 직업은 더욱 그렇구요. 어떤 순간과 만남이 좋은 기회, 좋은 결과를 낳을지 모르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해서 더 겸손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다가오는 기회들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임하려고 해요.”






장애 아동·청소년에게 더 많은 교육의 기회를


장애 아동과 청소년의 교육 환경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함께 풀어나가야 할 숙제들이 많다. 아이들이 원하는 배움을 온전히 누리기까지는 여전히 많은 벽이 존재한다.



시각장애 학생은 점자책이나 오디오북이 부족해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고, 청각장애 학생은 수어 통역이나 자막 없이 중요한 내용을 놓치기도 한다. 지체장애 학생에게 경사로나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은 이동을 어렵게 만들어 교육기관에 가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기도 한다.




한국장애인재단 장애 아동 청소년 미술 교육 지원




장애 유형을 떠나 공통된 어려움은, 각 아이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교육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악보를 대신해줄 안내가 필요하고, 누군가는 움직임에 맞춘 체육 수업이 필요하다.



현실의 무게도 있다. 의료비와 재활비 등 필수 지출이 많은 가정에서는, 교육 외 활동에 드는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관심사나 재능을 키울 기회가 자연스레 멀어진다. 직업교육의 선택지도 여전히 좁다. 단순노동 중심의 교육이 대부분이어서, 다른 가능성을 가진 아이들이 자신만의 길을 펼치기 어렵다.



이에 수많은 장애 아동과 청소년들이 가정 형편이나 주어진 현실 때문에 꿈을 접기도 한다. 장애 아동과 청소년들이 스스로의 재능을 세상에 펼칠 수 있도록, 교육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이번 캠페인에 함께하는 일은 누군가의 꿈에 닿을 수 있는 배움의 문을 여는 일이다. 아직은 닿지 못한 가능성에 손을 내밀어줄 수 있는, 소중한 시작이 될 수 있다.



일상을 가치 있게 하는 ‘기부’


김동욱 배우는 그동안 산불 피해 이웃, 보호시설 아동 등 다양한 나눔에 함께해왔다. 하지만 기부 사실을 드러내는 일에는 늘 조심스러운 마음이 앞섰다. 왠지 부끄럽고 민망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겸손하고 솔직한 그의 성품에서 비롯된 마음이었을 테다. 그럼에도 그는 ‘기부’라는 행위가 스스로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일이라고 말한다.







“큰 금액을 기부하시는 분들과 비교하면 저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제 방식대로, 조용히 꾸준히 이어가고 싶어요. 기부를 한다는 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기부의 행복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서 기부의 가치와 나눔의 의미를 더 많이 알리고 싶어요.“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는 사회를 위해


김동욱 배우는 마지막으로,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 짓기보다는 ‘다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누구에게나 저마다 다른 면이 있듯, 장애 역시 개인이 가진 하나의 특성이자 개성이라는 것이다.



“장애라는 건, 정서적으로든 신체적으로든 조금 다른 부분이 있는 것뿐이잖아요. 사실 누구에게나 그런 ‘다름’은 있잖아요. 저에게도 그렇고요. 그래서 장애인을 마주할 때도, 나와 다른 사람이 아닌,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누군가’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생각해요.”






그는 ‘장애인을 위한 일’이라는 한정된 표현보다,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라는 조금 더 넓은 시선으로 바라보기를 바랐다. 장애인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결국 우리 모두의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 일이라는 인식이 함께할 때, 더 많은 공감과 연대가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와 ‘너’를 나누기보다는, 함께 살아가는 ‘우리’로 생각하는 마음. 김동욱 배우는 그런 태도가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누구든 불편한 점이 있으면 고치고 싶어 하잖아요. 장애든 비장애든, 삶에서 마주하는 불편은 함께 바꿔나가야 해요. 어떤 일들이 특정한 누군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라고 받아들이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 차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는 태도. 작품마다 다양한 인물을 연기해온 김동욱 배우의 연기력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의 바람대로 장애 아동 청소년의 교육을 지원하는 이번 캠페인이 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서로를 이해하는 작은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취재 : 이경은, 남궁소담

사진 : 홍경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