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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따뜻하고 든든한 버팀목 💌

2025.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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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따뜻하고 든든한 버팀목💌

재활치료 지원을 받는 찬영이의 성장 이야기👦🫶





장애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재활치료에 힘쓰며 자신만의 속도로 한 걸음씩 성장해 나가는 아이들이 있다. 한국장애인재단은 이런 아이들의 치료가 중단되지 않도록 돕기 위해 ‘장애 아동 재활치료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이 지원을 통해 맞춤형 재활치료를 지원받고 있는 찬영(가명, 만 4세)이를 만났다.

찬영이의 가족은 지난 몇 년 동안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아이가 태어난 기쁨을 만끽하는 것도 잠시, 곧 발달 지연이라는 현실과 마주하며 치료 방법을 찾아야 했다.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연달아 닥쳤지만, 재단의 재활치료비 지원을 통해 찬영이가 꾸준히 치료받을 수 있게 되면서 가족들도 안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찬영이의 성장하는 모습은 부모님에게 현실의 어려움을 이겨낼 힘과 용기를 주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다.



느린 걸음으로 세상을 배우는 아이
아이의 발달이 늦다고 생각한 것은 첫돌 무렵이었다. 또래보다 언어 발달이 더뎠고, 두 다리로 서거나 물건을 잡고 걷는 등의 근육 움직임이 쉽지 않았다. 보통의 아이라면 자연스럽게 발달해 가는 과정이 너무도 느리게 느껴졌고 병원을 찾아 영유아 검진을 받은 결과, 전체적인 발달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언어뿐만 아니라 대근육, 소근육 발달까지 모두 더디다는 진단이었다.

[찬영이 엄마]
“자폐성 장애는 아닌데, 그러한 성향이 보이고 대근육의 발달이 늦다고 했어요. ‘장애’라는 게 어느 순간 갑자기 찾아오는 일이라는 걸 그때 깨달았어요. 아이에게 장애가 있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으니까요. 그때부터 찬영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많이 고민했어요.”



찬영이는 언어 발달 지연으로 발음이 부정확하여 원하는 것이 있을 때도 직접 말하기보다는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옷을 잡아끄는 경우가 많았다. 대근육과 소근육의 발달이 늦다 보니 또래 친구들과 함께하는 놀이 활동에 참여하는 것도 어려웠다.

[찬영이 엄마]
“찬영이는 겁이 많고 두려움이 큰 아이예요. 통제되지 않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굉장히 높거든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혹시 소아 우울증을 앓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많이 했어요. 자기가 생각하는 것만큼 몸이 움직여주지 않으니까, 아예 시도하지 않고 점점 움츠러드는 것 같았거든요. 다행히도 치료를 받으면서 찬영이가 밝아지는 모습이 눈에 보여요. 어린이집에서도 요즘에는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논다고 얘기해주시더라고요.”

누군가는 자연스럽게 해낼 수 있는 일도 찬영이는 더 많은 노력과 용기를 기울여야만 가능했다. 부모님은 찬영이가 발달단계를 차근차근 거쳐 보다 즐겁고 행복하게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세 아이의 느린 성장통
찬영이에게는 두 명의 사랑스러운 동생들이 있다. 그런데 동생들에게도 비슷한 발달 지연 증상이 나타나고 있어 부모님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한다. 특히 둘째인 다영(가명, 만 2세)이는 아르볼레다-탐 증후군이라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어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 아르볼레다-탐 증후군 : 유전 변이로 인해 나타나는 매우 드문 희귀 유전 질환으로, 전반적인 발달 지연, 지능 발달 저하, 발화 및 언어장애, 선천성 심장기형 등 전신의 다양한 증상이 동반된다.




[찬영이 엄마]
“동생이 생기면 찬영이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아서 둘째를 낳았어요. 그런데 둘째가 태어나자마자 호흡이 어렵고 울음소리도 뭔가 다르더라고요.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았는데, 검사 결과 염색체 결실 때문에 생기는 질환이라는 걸 알게 되었죠. 셋째 역시 발달 지연 증상으로 현재 치료받고 있습니다.”

둘째 다영이가 진단받은 아르볼레다-탐 증후군은 국가관리 대상 희귀질환으로 지정될 만큼 드문 병으로 평생 꾸준한 관리와 치료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현재 3살인 다영이는 발화가 전혀 되지 않아 부모님의 걱정이 크다. 둘째의 염색체 변형을 알게 된 이후, 첫째 찬영이와 셋째 진영(가명, 만 1세)이 또한 유사한 사례로 여겨져 현재 상세 검사를 진행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병원에서는 찬영이에게 감각 및 근육 발달의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하며,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발달 지연 및 장애가 있는 세 명의 아이를 돌보기 위해 부모님은 육아휴직을 내고 양육과 치료에만 전념했다. 그러나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서는 경제적 뒷받침 또한 외면할 수 없었다. 결국 어머니는 얼마 전 복직하였지만 직장 생활과 함께 세 아이를 돌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찬영이 엄마]
“직업 특성상 퇴근이 빠른 편이에요. 오전 시간에는 친정어머니가 도와주시고, 오후에는 제가 퇴근해서 아이들을 돌보죠. 남편은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직업이라서 서로 끈끈하게 협력하여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치료 센터와 가까운 곳으로 이사했어요. 이제는 걸어서 치료 센터에 갈 수 있게 되었죠.”

부모가 복직 후 생활에 여유가 생길 것 같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은 여전히 남아있다. 어느 정도 수준의 소득이 생기면 특수교육 치료를 지원하는 바우처 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득이 줄어드는 육아휴직 중이었던 올해까지는 바우처를 받을 수 있었지만,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바우처를 받지 못하게 되면 세 아이의 늘어난 치료비 부담은 더 커지게 될 것이다.



맞춤형 치료를 통한 찬영이의 성장
찬영이는 현재 네 가지의 필수 치료를 받고 있다. 바로 특수체육치료, 감각통합치료, 작업치료 그리고 언어치료이다. 이 중 감각통합치료와 작업치료는 대근육과 소근육 발달에 핵심적인 과정이다. 작업치료사는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찬영이가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이 보인다고 전했다.




[작업치료사]
“작년에 찬영이를 처음 만났을 때 대근육, 소근육, 언어, 사회성 등 전반적인 발달이 모두 조심스럽게 관찰해야 할 범위 안에 들어 있었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발달이 더뎠던 소근육 위주로 집중적인 치료를 했습니다. 연필 쥐기도 어려워했던 찬영이가 이제는 도형도 제법 정확하게 그릴 수 있게 되었어요. 물론 아직도 나이에 맞는 발달 범위에는 못 미치기에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소근육에 힘이 들어가야 손가락을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다. 손끝 조절이 미숙하면 연필을 주먹 쥐듯 쥐게 되고, 글씨도 반듯하게 쓰기 어렵다. 찬영이도 처음에는 색연필을 쥔 채로 힘을 유지하지 못해 색칠해도 색깔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고, 종이를 접거나 가위질하는 등 미세 조작이 필요한 활동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치료와 훈련을 통해 점차 소근육에 힘이 실리고, 이제는 혼자서 자신의 이름을 쓸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또한, 발달지연으로 발음이 부정확했던 찬영이는 언어치료를 통해서는 구강의 긴장도를 완화하고 발음의 정확도를 높이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치료사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작업치료사]
“만 8세까지가 아이들 발달에 정말 중요한 시기에요. 시각과 지각 능력, 소근육 발달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때이거든요. 시지각이 발달하면 글자를 쓰고, 숫자를 인식하고, 공간과 위치를 파악하는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능력들을 키울 수 있어요. 찬영이 또래 아이들은 학교에 갈 준비를 하고, 학습 능력을 형성해야 해요. 따라서 기본을 갖추기 위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도 감각통합치료의 최종 목표는 일상생활을 보다 독립적으로 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에요.”

치료사는 찬영이가 앞으로 친구들과 사회적인 관계를 맺고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바랐다. 아직 의사소통할 때 부끄러움이 많지만, 차츰 자신감을 갖추어 나가면 또래들과도 즐겁게 생활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자신감과 사회성을 키우는 즐거운 치료 시간
특수체육치료는 찬영이가 좋아하는 활동 중 하나다. 이 치료는 체육 프로그램을 통해 주로 대근육과 소근육 발달을 돕는다. 치료를 담당하는 담당 치료사는 찬영이가 활동성 있는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라 수업을 즐겁게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주 정해진 프로그램이 있지만, 찬영이의 의견을 반영하여 유연하게 수업을 꾸려간다. 자신이 하고 싶은 활동을 했을 때 학생들의 흥미가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 덕분에 요즘 찬영이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정확히 이야기할 정도로 자신감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특수체육치료사]
“처음에 만났을 때보다 찬영이의 인지 능력이 많이 향상되었어요. 요즘에는 저의 동작을 따라 하고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자신감이 생기면서 목소리가 커졌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났다는 것을 찬영이 스스로 느끼는 것 같아요.”

치료사는 찬영이에게 적당한 목표를 설정해 주고, 목표를 달성했을 때는 크게 칭찬해 주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예를 들어 ‘고리를 넣고 돌아오세요’라는 미션을 주고, 찬영이가 해냈을 때 아낌없이 격려해 주는 방식이다. 이러한 성공 경험을 꾸준히 쌓으면서 찬영이의 자신감도 함께 향상되는 중이다.




[특수체육치료사]
“요즘 찬영이의 신체 능력과 인지 능력, 정서적인 부분까지 향상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규칙을 이해하면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할 계획이에요. 이러한 특수체육치료가 찬영이의 사회성 발달에도 중요한 밑거름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해요.”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어머니는 지금의 치료가 찬영이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확신한다. 꼭 필요한 시기에 받은 치료가 학교 입학은 물론, 성인이 되어서도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찬영이는 많은 발달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나이이기 때문에, 이 중요한 시기를 건강하게 보낼 수 있도록 각각의 치료가 더욱 절실하다.

[찬영이 엄마]
“복지관에서 치료받으면 저렴하지만, 워낙 대기가 길고 경쟁이 치열해요. 그래서 병원이나 사설 기관에 의뢰해서 치료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어요. 지금도 오전에 치료받고 오후에 어린이집에 등원하거든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치료 일정을 잡기가 어려워서요. 세 아이 모두에게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 비용도 만만치 않고요. 해주고 싶은 건 많은데 현실적인 문제가 있으니, 남편과 상한선을 정해두고 비용을 운용해요. 그러다 보니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생기지요.”

발화가 전혀 되지 않는 둘째를 위해 어머니는 보완대체의사소통(AAC) 방법을 배우고 싶었다. 음성언어 의사소통이 어려운 사람들이 그림이나 기호 등을 활용해 자기 생각이나 요구를 표현하도록 돕는 방법이다. 이 교육을 받는 데 드는 상당한 비용 때문에 결국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말았다. 세 명의 장애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교육과 치료는 너무나 많지만, 사회적 지원은 부족하다고 느낀다.




[찬영이 엄마]
“2년 뒤에는 찬영이가 학교에 입학하게 되니까 사실 걱정이 정말 많아요. 일단 주변에 통합 학급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하나 알아보니, 부모가 직접 교육청에 연락하고 요구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찬영이는 경계선에 있는 아이예요. 어찌 보면 사각지대인 거죠. 어떤 학교에 입학해야 할지도 계속 고민이에요.”

어머니는 세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면 막막함을 느낀다. 어떤 치료를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 치료를 통해 아이들이 어느 정도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모든 것이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그런 고민이 떠오를 때면 깊은 우울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길을 가다 찬영이 또래의 아이들을 보기만 해도 그저 눈물만 흘렀던 날도 있었다. 하지만 슬픔에만 빠져 있을 여유는 없었다. 어머니는 다시 힘을 내어 아이들을 보살폈다.

[찬영이 엄마]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다 보면 엄마가 길을 찾고 만들어줘야 할 때가 많아요. 저 역시도 장애아이를 키우는 게 처음인데 정보는 부족하고, 병원이나 치료 기관은 들어가려면 경쟁이 치열하고요. 거점 병원을 하나 만들어서 장애 아동을 통합적으로 서포트해주는 시스템이 있다면, 많은 장애 아동과 학부모들에게 큰 힘이 될 거예요.”



기부로 전한 따뜻한 희망
요즘 찬영이는 지하철에 빠져 있다. 말이 트이면서 거의 처음 발화했던 단어 중 하나가 지하철일 정도이다. 부모님은 찬영이가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하도록 해주고 싶어 거의 매일 같이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찬영이 엄마]
“찬영이는 무엇 하나에 마음이 쏠리면 아주 깊이 파고드는 스타일이에요. 정말 다행인 점은 치료받으러 가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는 거예요. 마치 놀러 가는 것처럼 행복해해요. 발달에 지연이 있는 아이들은 굉장히 천천히 크잖아요. 또래의 다른 친구들과 비교해 보면 너무나 더디죠. 그런 생각을 하면 참 속상하다가도 잠든 아이들 얼굴을 보면 미소가 지어져요. ‘그래, 비교하지 말자. 우리 아이들은 각자의 속도대로 크고 있잖아.’ 이렇게 마음을 바꾸면 감사할 일이 보이더라고요.”




어머니는 찬영이가 알맞은 시기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움받을 수 있는 것에 대한 특별한 감사를 표했다. 세 아이 모두에게 발달 지연이 있어서 치료하느라 경제적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었을 때, 도움은 어둠 속에 비춰오는 한 줄기 빛과 같은 희망이었다.

[찬영이 엄마]
“우리 가정이 힘든 상황에 지원받을 수 있어 큰 힘이 되고 위로받았습니다. 절실했던 치료비 지원이 아이와 가정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용기 내서 아이들을 잘 돌보겠습니다.”

우리 삶은 어쩌면 희망과 절망이 얽히고설킨 실타래일지도 모른다. 때로는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절망감에 휩싸이기도 하지만, 바로 그 순간 환한 빛처럼 손을 내밀어주는 존재들이 있다. 기부라는 따뜻한 마음이 찬영이의 가족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아이들이 자기만의 속도와 빛깔로 성장할 수 있도록, 희망이 되어준 나눔 덕분이다. 그리고 그 나눔은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삶을 따뜻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취재 : 황신아, 남궁소담
사진 : 홍경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