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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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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청년이 듣는 세상, 모두가 함께 보는 문화✨

202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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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청년이 듣는 세상, 모두가 함께 보는 문화

함께 만드는 모두의 접근성👫



문화전시물 탐방 현장



영화나 드라마, 다큐멘터리를 볼 때 장면의 흐름과 인물의 행동을 ‘음성’으로 들려주는 서비스가 있다. 바로 ‘화면해설’이다. 그리고 미술관이나 박물관처럼 영상이 아닌 실제 전시 공간에서는 관람객이 전시의 구성을 ‘청각적으로 따라갈 수 있도록’ 돕는 ‘음성해설’이 있다.이 두 가지 해설은 모두 시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로, 장면과 공간의 경계를 넘어 ‘모두가 함께 볼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언어다.



화면해설과 음성해설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자인 시각장애인의 참여는 의미가 있다. 실제 이용자의 경험과 의견이 반영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접근성 콘텐츠’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취지를 바탕으로 ‘시각장애인 화면해설 모니터링 요원 양성사업’이 시작됐다. 서류와 실기 전형을 통해 선발된 10명의 시각장애인 모니터링 요원들은 5월부터 9월까지 총 317편(누적 16,500분)의 화면해설 방송물을 모니터링했다.





첫 만남, 오리엔테이션

새로 선발된 시각장애인 청년 모니터링 요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활동의 목표와 방식, 역할을 함께 공유했다. “실제로 모니터링을 진행하며 느낀 점을 다음 피드백에 반영해 보고 싶다”는 기대와 함께 화면해설이 장면 속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함께 살펴보고, 모니터링 요원으로서 중점적으로 검토할 지점을 논의했다.



화면해설 모니터링 요원 오리엔테이션 현장





방송 모니터링, 장면 너머의 이야기를 듣다

모니터링 요원들은 모니터링 기간 동안 매주 평균 3~4편의 화면해설 방송을 시청하며 세심한 청취 평가를 이어갔다. 각자 맡은 프로그램을 분석하고, 해설이 장면의 감정과 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지, 정보가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은지를 점검했다.


지상진 모니터링 요원


(지상진 모니터링 요원)

“모니터링을 하며 단순히 작품이 저에게 와닿는지만을 듣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들릴 수 있는지 고민합니다.”



이렇게 모인 피드백은 화면해설작가 교육과 콘텐츠 품질 개선을 위한 자료로 활용되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밑거름이 된다. 이들은 더 이상 수동적인 수용자가 아니라, 콘텐츠의 완성도를 함께 높여가는 주체적인 참여자였다.



양주혜 모니터링 요원



(양주혜 모니터링 요원)

“시각장애인이 감상하는 작품에 색을 입히고, 형태를 더해 온전한 작품으로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시각장애인에게 화면해설이란 단순한 배리어프리가 아닌, 작품에 담긴 수많은 의미들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또 하나의 작품이라는 걸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길 바랍니다.”



화면해설을 통해 작품을 듣는 경험을 만들어가는 모니터링 요원들은 이번에는 전시 공간 속에서 직접 느끼는 경험을 이어가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현장을 만나다. 들리는 전시, 만져보는 역사

용산역사박물관의 문을 들어서자, 모니터링 요원들은 안내데스크 앞에서 음성해설 기기를 건네받았다.



문화전시물 현장 음성해설 기기와 기기를 착용 중인 모니터링 요원



“전시장의 센서 근처에 서면 자동으로 해설이 제공되며, 위치에 따라 다른 구역의 해설이 들릴 수 있습니다.” 직원의 설명이 끝나자 모니터링 요원들은 해설이 들리는 지점을 확인하며 전시를 따라 걸었다.



현장을 둘러보는 모니터링 요원



이날의 음성해설은 공간의 순서와 위치, 체험 구역 등을 세밀하게 안내해 시각장애인 관람객이 쉽게 전시를 탐색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체험을 진행한 오영근 요원은 이렇게 말했다.



오영근 모니터링 요원



(오영근 모니터링 요원)

“공간 안내까지 해주려는 시도는 정말 좋았어요. 다만 제가 서 있는 방향과 해설의 지시 방향이 일치하지 않을 때가 많아 혼자 이동하기엔 조금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어요. 전시물 앞에 멈출 수 있도록 최소한의 점자 블록이라도 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죠. 박물관이 문화재로 지정되어 개조가 어렵다고 들었지만, 시설물을 해치지 않는 점자블록도 있으니 접근성을 위해 설치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영근 모니터링 요원



이 피드백은 단순한 의견을 넘어, 문화유산 보존과 접근성 향상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중요한 화두를 던진다. 그리고 음성해설이 공간의 ‘길잡이’ 역할을 하려면, 이동과 청취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손끝으로 느끼는 전시의 확장

전시실 밖에 마련된 또 다른 공간으로 향하자 분위기가 한층 달라졌다. 단순히 음성으로 해설을 듣는 전시가 아니라 직접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전시물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었다. 전시물의 형태와 질감을 손끝으로 느끼거나 헤드셋을 통해 역사를 생생히 전해주는 인터뷰를 청취해볼 수 있는 코너도 있었다.



문화전시물 모니터링 중인 모니터링 요원



(박현하 모니터링 요원)

“해설만 듣는 게 아니라 직접 참여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생각보다 많아서 좋았습니다.”



(선준영 모니터링 요원)

“무엇보다 도움 없이도 독립적으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러웠고, 박물관뿐만 아니라 미술관, 전시회와 같은 곳에서도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시각장애인의 문화생활이 풍성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날의 체험은 전시 공간이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곳이 아니라 감각을 열어 소통하는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청각과 촉각이 함께 작동하면서 ‘보는 전시’에서 ‘느끼는 전시’로 관람의 범위가 확장된 것이다.



문화전시물 촉각 전시물을 모니터링 진행 중인 모니터링 요원들





함께 듣는 시간, 함께 만든 변화

모니터링을 마친 모니터링 요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경험을 돌아봤다. 화면해설과 음성해설, 두 영역을 오가며 느낀 이들의 소감에는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에 대한 진심이 담겨 있었다.



현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니터링 요원



(배민기 모니터링 요원)

“당사자의 목소리를 반영한 모니터링에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Nothing about us without us.”



(박해웅 모니터링 요원)

“방송물을 모니터링하던 공간에서 벗어나 시각장애인의 전시 접근성을 높이려는 노력까지 직접 느낄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박해웅 모니터링 요원



신현빈 요원은 “화면해설의 장르가 드라마나 영화뿐 아니라 예능, 다큐, 유튜브 등으로 다양해지는 게 한 명의 감상자로서 정말 기쁩니다.”라며 변화의 확장을 반겼다.



(이경석 모니터링 요원)

“모니터링을 하면서 더 나은 화면해설을 위해 얼마나 많은 분들이 노력하는지를 알게 됐어요. 작은 의견이지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모니터링하며 이야기 나누는 모니터링 요원


이번 모니터링은 단순히 작품을 평가하는 자리가 아니다. 화면해설과 음성해설이 더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도록 청년 요원들이 직접 참여해 변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그들의 기록과 제안은 앞으로 더 나은 접근성을 향한 다음 걸음을 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