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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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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과 시간을 다해, 요리로 전하는 마음🍴💙

202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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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과 시간을 다해, 요리로 전하는 마음🍴💙

발달장애 자녀와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는 ‘프렌치 파파’ 타미 리 셰프👨‍🍳






<흑백요리사2>에 출연한 100인의 셰프들 중 특별한 위로와 감동을 준 인물이 있다. 따뜻한 프랑스 요리를 선보이고, 진심을 담아 음식을 소개하며, 자녀의 발달장애를 진솔하게 이야기해 많은 이들에게 응원의 손길을 건넨 사람, 바로 ‘프렌치 파파’ 타미 리 셰프이다. 타미 리 셰프는 ‘더 많은 사람들이 발달장애를 이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꺼이 대중 앞에 선다. 단지 유명 셰프가 되고 싶어서가 아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미처 보지 못하는 세계를 보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일 뿐이다.



위로를 전하는 사람

<흑백요리사2>에서 그는 프랑스식 해물탕 ‘부야베스’를 요리하며 ‘따뜻한 위로를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요리를 잠시 멈추고 레스토랑을 떠나 지냈던 시기를 얘기하며, 아들의 발달장애를 털어놓았다. 또한 아들에게 ‘요리사 아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며 눈물을 흘렸다. 방송 이후, SNS를 통해 전 세계 많은 사람들로부터 메시지가 쏟아졌다.


“자폐성 장애인 분들에게 짧은 글이 오기도 했어요. 또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님들로부터 많은 연락이 왔습니다. 제가 방송에 나와서 발달장애 자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받았고 용기를 얻었다고 말씀해 주시더군요. 그 메시지에 오히려 제가 더 위로를 받았어요. ‘어떻게 이렇게 많은 위로를 받을 수 있지?’ 싶으면서, ‘나는 사실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었구나’하고 깨달았습니다.”


사람들이 그의 말에 위로를 받은 건, 솔직한 진심이 전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요리사로서, 그리고 발달장애 자녀를 둔 아버지로서, 그가 짊어진 삶의 무게와 고민의 깊이는 화면 밖으로 전달되며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언젠가 타미 리 셰프는 ‘발달장애 아이를 둔 부모들은 무인도에 갇힌 외롭고 고독한 존재’라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사진 : 타미 리 셰프 SNS



“발달장애 자녀의 경우 소통이 어렵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있어도 마치 혼자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기도 해요. 자녀에게 장애가 있으면 어머니들이 많은 희생을 하지요. 그런데 저는 아버지의 외로움도 얘기하고 싶어요. 자녀와 어머니의 관계가 끈끈해지는 만큼, 아버지들은 소외감을 느끼기도 하거든요. 방송 이후 아버지들로부터도 메시지를 많이 받았어요. ‘방송을 보며 많이 울었다’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마음을 나누면서 서로를 위로하는 거예요.”


타미 리 셰프에게 ‘위로’는 아주 중요한 키워드다. 어떤 일을 앞에 두고 고민할 때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는 일인지’, ‘과연 누구를 위로하고 있는지’를 생각의 기준으로 삼을 정도이다. 위로를 주고, 위로를 받는 사람, 그리하여 위로와 치유와 순환을 만드는 사람이 바로 타미 리 셰프이다.



요리를 잠시 내려놓다

강남의 골목길을 무려 17년간 지켜온 그의 레스토랑 ‘비스트로 드 욘트빌’은 나파의 작은 마을 욘트빌을 생각하며 지은 이름이다. 욘트빌은 요리 천재 토마스 켈러의 프렌치 레스토랑 ‘프렌치 런드리’가 있던 곳이기도 하다. 타미 리는 이곳에서 일하며 셰프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요리를 사랑하는 그가, 잠시 하던 일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던 시기가 있다. 자녀가 장애를 진단받아 미국행을 결심했을 때다.


아들 재진 군이 두 살쯤 되었을 무렵, 아이의 발달이 늦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또래 아이들과 달리 눈 맞춤이 부족하고 언어 발달이 늦으며, 장난감을 유독 질서정연하게 나열하는 모습을 보며 병원에 가보게 되었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진단받았다. 이후 치료를 위해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ABA(Applied Behavior Analysis: 응용행동분석) 분야를 알게 되었고, ABA 치료의 본고장인 미국에 가기로 했다.






“레스토랑이 문을 닫을 수도 있겠지만 가족을 먼저 생각했기에 함께 떠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곧 폐업을 할 줄 알았던 레스토랑이 오히려 더욱 잘 운영되었던 것이에요. 특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게 되자, 많은 분들이 레스토랑으로 찾아와 프랑스 음식을 맛보셨어요. 그 덕분에 재진이의 치료도 하고 생활도 꾸려갈 수 있었습니다. 현재 아내와 아들은 태국 방콕에서 생활하고 있어요. 태국의 경우 국제학교에서도 특수교육이 이루어지거든요. 무엇보다도 우리 가족의 마음이 그곳에서 참 편해졌어요.”


요리를 잠시 내려놓은 시기, 사실 타미 리 셰프의 마음속에는 약간의 공허감이 존재했던 것도 사실이다. 좋아하는 일을 통해서 얻는 성취감이 늘 비어 있었기에, 채워지지 않는 허기를 느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앞치마를 두르고 조리대 앞에 선 타미 리 셰프. 그는 아들과 함께 <흑백요리사2>를 본 순간을 잊지 못한다. 화면 속 아빠의 모습에 ‘베리 굿’이라고 말하는 아들을 보며 뭉클한 마음에 눈물이 흘렀다.



마음을 전하는 시간

‘비스트로 드 욘트빌’에서는 얼마 전부터 특별한 이벤트를 운영 중이다. 발달장애 가족들을 초대하여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다. 타미 리 셰프의 SNS를 통해서 이와 같은 내용이 공개되었고, 몇몇 가족들이 방문하여 프랑스 정찬을 맛보았다.






“따뜻한 음식은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잖아요. 그래서 부모님들께 따뜻한 음식을 드리고 안아 드리고 싶었어요. 혹시 아이들이 잘 못 먹으면 어머니들도 식사에 집중을 못하실까 봐 걱정했는데 생각한 것보다 맛있게 드셔주셨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발달장애 가족들을 초대하고 만나서 이야기 나눌 생각입니다.”


SNS를 통해 참가 신청을 한 가족들을 모두 초대하려면 앞으로도 몇 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타미 리 셰프는 그들 한 명 한 명과 연결되는 것이 기쁨이라고 얘기한다. ‘혼자가 아니다, 같이 가자’라는 말을 건넬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요리는 마음이다’라고 얘기하는 타미 리 셰프다운 행보다.


“요리로 마음이 전달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어머니의 음식을 그리워하는 건, 어머니만큼 정성스럽게 요리해 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거든요. 독립해서 사회에 나오면 그처럼 따뜻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을 찾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셰프가 어머니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타미 리 셰프는 자신 역시 처음부터 ‘요리는 마음’이라는 걸 알았던 것은 아니라며 겸손하게 얘기한다. 레스토랑 운영이 어려울 때 프랑스를 여행하며 몸으로 부딪히며 깨달았다. 찾아와준 손님에 대한 감사,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 대한 감사, 재료를 길러낸 생산자들에 대한 감사가 바로 그것이다. 이렇듯 사랑과 감사가 들어간 음식이니 따뜻한 감동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






그가 말하는 프랑스 음식의 매력은 ‘정성과 시간’이다. 프랑스 요리는 재료를 따로 따로 익힌 뒤에 합친다거나 시간을 투자해야 배울 수 있는 기술들이 많다. 또한 전통적으로 내려온 요리들이 많다. 시간과 정성이 빚어내는 따뜻함. 그것이 프랑스 요리의 특징이고, 타미 리 셰프가 요리를 하는 이유일 것이다.



난민촌에서 배운 것

지난해 타미 리 셰프는 국제구호 NGO단체와 함께 태국-미얀마 접경의 난민촌으로 향했다. 봉사자들과 함께 프렌치 닭 스튜인 ‘꼬꼬뱅’을 요리해 500여 명에게 특별한 한 끼를 선물했다. 그는 그곳에서 더 많은 것들을 얻어왔노라고 말한다.


“봉사자도 아닌, 그냥 체험자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시작한 일이에요. 기왕이면 요리를 해드리고 싶어서 여쭤보니, 시설이 충분히 갖추어져 있지 않다고 하더군요. 함께 간 봉사자 두 분과 함께 지하에 위치한 주방에서 숯불을 피워가며 요리했어요. 환기가 잘 되지 않아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지요. 그렇게 꼬꼬뱅을 큰 솥에 나누어 담고 다시 1시간 반을 달려서 산 위로 올라갔어요. 그리고 정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전기도 통하지 않고 인터넷도 연결되지 않는 지역임에도 불평 한 마디 없이 밝은 표정으로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 순수함이 어디에서 나올까 물음표를 갖게 되었다. 또한 난민촌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어린 시절 먹었던 꼬꼬뱅을 기억해 준다면 얼마나 값질까를 떠올리자 가슴이 벅차올랐다. 타미 리 셰프는 이 감동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올해 또 한 번 난민촌에 방문할 계획이다. 이번에는 <흑백요리사2> 셰프들 7명도 함께 간다. 많은 사람이 직접 보고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는 경험을 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타인의 아픔이 보이는 삶

타미 리 셰프는 장애인, 혹은 난민과 같은 소수자와 함께할 때 생기는 삶의 변화에 주목한다. 난민촌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이전에 보이지 않던 세상이 보이는’ 놀라운 경험을 한다. 그는 이를 ‘보이지 않는 징검다리’라고 표현한다.


“징검다리가 있는데 보이지 않아요. 그런데 내가 용기를 내어 걸어가면 그 다리가 생기는 것이죠. 당장 눈에 안 보여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길이 보이게 되고 스스로 변화하게 됩니다. 저는 아들을 만난 뒤에 그걸 알게 되었어요. 얼마 전 30대 발달장애인들과 요리를 함께 했어요. 순수하고 밝게 웃는 분들을 보면서 오히려 제가 위로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아직 발달장애인을 잘 모른다. 충분히 이해받지 못했기에 발달장애인이 하는 행동은 종종 눈총을 받기도 한다. 타미 리 셰프는 그래서 사람들이 발달장애를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이 소망이라고 얘기한다. 알고 이해했을 때 더욱 너그럽게 바라볼 수 있고,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의 표현 방식은 언어가 아닌 행동일 때가 많아요. 그런데 그러한 행동 중에는 ‘사회적 거리’가 비장애인과 달라서 오해를 만드는 경우도 있죠. 예를 들어 발달장애 아이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얼굴을 가까이 합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가 갑자기 가까워지면 비장애인은 당황하고 불쾌할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발달장애인을 이해한다면, 비장애인도 놀라거나 상처받지 않을 겁니다. 발달장애인은 말 그대로 발달이 늦은 사람입니다. 그것만 이해해 주시면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느끼는 세상이 훨씬 따뜻해질 거예요.”


타미 리 셰프는 가장 큰 기쁨이 ‘타인의 아픔이 보이는 삶’이라고 얘기한다. 타인의 아픔이 보이는 바로 그 순간이, 보이지 않던 다리가 보이는 순간이며, 그 보이지 않던 다리를 건너가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함께하는 레스토랑 만들 것

타미 리 셰프는 앞으로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레스토랑을 만들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러한 통합의 기회를 늘리는 것이 사회적으로도 건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할 수 있는 곳들이 늘어나면, 발달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도 사라질 것이다. 많은 사람의 상상과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더해진다면 ‘행복이 있는 레스토랑’이 만들어질 것이다.






“발달장애인 2명과 비장애인 2명, 이렇게 4명이 20명의 손님들께 음식을 드려도 좋아요. 그렇게 음식을 맛본 20분이 감동을 받는다면,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같이 가보자고 권해준다면 어떨까요? 음식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거예요. 현재도 발달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공간들이 있죠. 교회에서 운영하는 카페라거나, 발달장애인을 고용하는 사회적 기업과 같이요. 저는 연대를 해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를 바라요. 그리하여 발달장애인도 편하게 일할 수 있고, 찾아온 손님들도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꿈꿉니다.”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통합의 공간이 늘어나, 전 세계 곳곳에서 파란색 불빛이 켜지는 날을 그려본다. 파란색은 발달장애인이 시각적으로 편안하게 느끼는 색으로, 전 세계적으로 자폐성 장애를 상징하는 색으로 사용된다. 더불어 살아가는 마을 공동체가 생긴다면 더욱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가 될 것이다.


타미 리 셰프는 끝으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누구보다도 그 마음을 잘 알기에 더욱 특별한 위로를 전한다.






“많이 외롭고 힘든 터널을 지나고 있을 거예요. 저 또한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위대한 분들이라는 걸 아셨으면 좋겠고, 또한 그 터널을 지나고 났을 때 자녀를 통해 행복을 느끼게 될 것임을 기대하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남의 아픔이 보이는 삶을 살며 인생이 변화했듯이, 자녀가 내게 온 이유, 자녀를 통해서 만나게 될 기쁨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아이를 통해 상상하지 못했던 행복이 올 것을 믿으며, 우리 힘내 봐요!”


흔히 ‘모든 만남에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살아가며 이루어지는 만남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여러 조건과 선택이 겹쳐져 만들어진 결과라는 뜻이다. 어떤 시대가 한 사람을 좋아하고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일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이 그를 만나고 뜨겁게 마음을 주고받아야 할 때라는 의미일 테니 말이다.


바로 지금, 대중들이 타미 리 셰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의 음식을 맛보기 위해 시간을 내고, 마음을 담아 그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이유. 그것은 아마도 타미 리 셰프와 인연이 되기 위해서일지도 모르겠다. 보이지 않았던 타인의 아픔을 보게 된 사람, 타미 리 셰프는 오늘도 시간과 정성을 다해 마음을 전하는 음식을 요리하는 중이다.


기획 : 박로사, 남궁소담

사진 : 홍경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