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사회
(선양=뉴스1) 이준규 기자= "오기 전에는 기대 반, 걱정 반 이었는데 막상 백두산 정상에 올라오니 너무 감격적이에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한시련) 주관으로 22일부터 25일까지 중국에서 열린 제8회 전국장애인단체활동가대회에 참석한
전향옥씨(52·여)는 백두산 정상에서 펼쳐진 천지의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활동가대회 중 해외에서 열린 대회는 이번이 두 번째로 지난 2010년에는 홍콩에서 개최된 바 있다.
올해 대회는 활동가들의 친목을 도모하며 휴식을 위해 마련됐던 지난 대회들과 달리 백두산 정상 등정 등이 행사로
마련됐다.
백두산 정상은 일반인들도 올라가려면 적지않은 힘이 드는 곳인데 활동가들은 지체, 시각, 청각 등 각종
장애가 있는 몸을 이끌고 등반길에 올랐다.
전국 32개 단체 80여명의 참가자들은 단 한명도 이탈하지 않은 채 1400개가 넘는 계단을 넘어 천지에 도달했다.
전씨와 같은 하반신 장애를 가진 장애인들은 현지인들이 운전하는 가마에 몸을 싣고 정상으로 향했으며 시각장애인들도
활동지원가들의 손을 잡고 계단을 올랐다.
김규용씨(41·한국근육장애인협회)는 "이번 대회는 천지를 내 눈으로 보는 것이 목적이었다. 천지를 보고 나니
불편한 부분이나 힘든 부분들을 다 참을 수 있었다"며 장애가 백두산 등정의 방해물이 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정재남씨(52·한국근육장애인협회)는 "힘들어도 백두산을 가볼 수 있는 이런 여행은 장애인의 입장에서 볼 때
뜻 깊은 일"이라며 "누가 생각이나 했겠느냐"며 이번 일정에 큰 만족감을 표시했다.
정씨는 "이런 시도는 앞으로 장애인행사를 주최할 다른 단체들이나 여행을 이끈 여행사에게도 자극이 될 것"
이라며 "중국 외에도 다양한 나라에서 장애인활동을 시도해 볼 만 하다"고 평가했다.
행사를 주최한 한시련 관계자들도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한시련 회장인 최동익 의원(민주당·비례대표)은 "장애인들도 직접 와서 현장이 주는 그 느낌을 통해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다"며 "참가자들이 정상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느낀 두근거림과 벅찬 기쁨은 장애인단체 뿐 아니라
많은 시민사회단체들도 함께 느껴볼만 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이번 행사는 단순한 장애인 활동의 범주에서 벗어나 통일이나 민족운동이라는 새로운 영역과의
접목을 시도한 첫 장애인활동가대회"라며 "이번 대회를 계기로 앞으로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접근하는 활동가대회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순봉 한시련 사무총장은 "시각장애인들의 경우에는 비록 눈으로 천지나 유적지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 과정에서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 많았다"며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장소를 선정했고 쉽지않았지만
모두 완주한 것이 뜻 깊다"고 평가했다.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
행사를 기획한 한시련의 김유래씨(30·여)는 "중국에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충분히 갖춰져 있지 못해
전동휠체어에만 의존하는 장애인들은 이번 행사에 참가하지 못했다"며 "수동휠체어를 이용한 분들의 경우에는
주변의 다른 활동가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불편을 이겨낼 수 있어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해외에서의 행사이기도 했고 기존의 2박3일 일정보다 긴 3박4일의 일정으로 기획한 탓에 예상보다
참가자가 적었다"며 "20만원의 자부담 비용의 경우에도 참가단체들마다 재정형편이 달라 이를 부담스러워하는
단체들의 경우에도 선뜻 행사에 동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행사를 후원하는 한국장애인재단의 한 관계자는 "전국장애인활동가대회는 각 장애 유형별 단체들끼리 주관하는
행사들과는 달리 모든 영역의 장애인활동가들이 함께 소통하며 이해할 수 있는 대회"라며 "그럼에도 긴 이동거리
등으로 인해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참석자들 간의 교류 시간이 적은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국장애인대회는 장애인 운동에 통일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접목시킨 성과와 더불어 해외 장애인 편의시설
확보·재정확보라는 숙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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