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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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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4'와 함께한 소리가 보이는 특별한 상영회🎬

202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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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보이는 특별한 영화🎬🍿

‘범죄도시4’와 함께한 배리어프리 영화 상영회






영화 범죄도시4 무대인사




“반갑습니다, 범죄도시4 연출을 맡은 허명행(감독)입니다.”


영화가 끝난 뒤 무대에 올라온 감독의 첫 인사말이 끝나자 관객석에서는 뜨거운 박수소리와 함께 여기저기서 ‘별들’이 반짝였다. 관객들이 두 손을 들고 손바닥을 앞뒤로 흔드는 모습이 마치 어두운 극장을 배경으로 빛을 내는 별처럼 보인 것이다. 박수를 나타내는 수어였다. 이날 관객석에 특별한 별이 뜬 것은 150여 명의 청각장애인들이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덕분이다.



영화 범죄도시4가 4월 24일 개봉 닷새 만에 관객 400만 명을 돌파한 지난달 28일(5월 14일 기준 973만) '배리어프리 상영회'가 열렸다. 보통 배리어프리 영화는 일반 극장 개봉 후 1달 정도 뒤 개봉되지만 범죄도시4는 이례적으로 장애인들과 비장애인 손님들을 동시에 맞았다.





영화 범죄도시4 무대인사



액션의 묘미, 소리를 느끼다



범죄도시4는 배리어프리로 즐기기에 특히나 더 매력적인 영화다. 통쾌한 액션에 맛을 더하는 요소가 ‘소리’기 때문이다. 영화 안에서 보통 등장인물들이 서로를 가격할 때는 특별한 자막이 없지만 주인공 마동석 배우(마석도 형사)가 악당들을 때리는 장면에서는 ‘퍽’, ‘탕’과 같은 자막이 자주 들어간다. 마석도 형사가 어딘가를 타격할 때는 유독 둔탁한 소리가 나서 일반 관객들로 하여금 ‘정말 아프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청각장애인들은 추가된 자막 덕분에 그런 느낌을 전달받을 수 있는 것이다.




마동석 배우



배리어프리 영화란,

장애인 관객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만든 영화를 뜻한다. 화면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영화 중간에 음성해설이 들어가는가 하면 화자 및 대사, 음악, 소리 등 정보를 자막에 넣어 모든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영화이다.



배리어프리 영화가 일반 영화와 또 다른 점은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를 쉽게 분간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대사 주인공의 이름을 대사 앞 괄호에 넣어 표기함으로써 등장인물의 이름이 무엇인지, 누가 해당 대사를 한 것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자막 덕분에 이날 영화관을 찾은 청각장애인 성지훈, 최하늘 씨는 범죄도시4를 보며 매우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한다.




최하늘, 성지훈 참석자


성지훈(청각장애인)

“지금까지 이렇게 청각장애인이 동시 개봉하는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었어요. 꼭 영화를 보고 싶으면 자막 없이 보거나 나중에 자막이 올라오면 보곤 했지요. 그런데 그때마다 내용이 미리 공유돼서 스포일러를 당하기 일쑤였어요. 이번에는 자막을 넣은 영화를 동시에 개봉해 주셔서 즐겁게 영화를 관람했고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청각장애인 참석자들은 영화가 끝난 직후 상기된 표정으로 각자 가장 재미있었던 장면을 공유했다. 누군가는 마석도 형사 역할을 맡은 마동석 배우와, 장이수 역할을 맡은 박지환 배우의 ‘티키타카’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말하며 웃었다. 또 다른 누군가는 박지환 배우가 허리춤에 찬 경찰 뱃지를 보여주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고 떠올렸다.



무대인사에서 배우, 영화감독과 소통할 수 있었다는 점을 의미 있게 느끼는 청각장애인 참석자들도 많았다. 이날 무대인사에 오른 배우들은 간단한 수어로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넸고, 이들이 음성으로 하는 모든 말은 수어 통역사를 통해 전달됐다. 특히 김무열 배우는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김무열입니다. 모두 와주셔서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인사말을 모두 수어로 배워 와서 관객들에게 감동을 안겨주기도 했다. 마이크를 건네받자마자 바닥에 내려놓고 수어로 자기소개를 하는 그의 영상은 상영회 직후 SNS에서도 화제가 됐다.




김무열 배우



더 빨리 예술을 만날 수 있었으면



평소 청각장애인들이 영화 같은 문화 콘텐츠를 자유롭게 소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은 배리어프리 영화가 제작되는 데 시간이 다소 소요되고, 볼 수 있는 극장도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냐’는 질문에 참석자들은 조금 더 기회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말했다.



성지훈(청각장애인)

“자막이 없는 한국 영화는 대부분 보지 않아요. 내용을 알 수 없기 때문이에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은 TV보다는 OTT 서비스를 많이 사용하는 편이고, 그런 서비스들은 자막을 제공하기 때문에 크게 불편함은 없었어요. 그런데 영화관에 가거나 연극, 뮤지컬을 본다고 하면 자막이나 통역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 대해 발전이 조금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최하늘 참석자



최하늘(청각장애인)

“예전에는 청각장애인 단체에서 특정 날짜나 시간에만 영화를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시간이나 날짜 등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늘긴 했어요. 하지만 조금 더 확대되면 좋을 것 같아요. 최대한 빠르게 청각장애인들도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가 늘어나면 좋겠어요.”



단순히 상영회가 아니라, 청각장애인들이 참여하는 무대인사나 관객과의 대화 자리도 많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전해졌다. 평소 영화에 관심이 많고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다는 최하늘 씨는 영화를 보다 보면 어떤 마음으로 배우들이 연기를 했는지, 연기를 하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한 순간이 많다고 했다. 감독이 어떤 의도로 특정 장면을 연출했는지 묻고 싶어지는 순간도 자주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일반 관객들은 ‘감독과의 대화’ 같은 자리를 통해 직접 질문할 기회가 종종 있는데 장애인들에게도 그런 기회가 조금 더 자주 찾아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성지훈, 하개월, 최하늘, 이재정 참가자



배리어프리 영화 상영회를 마련한 한국장애인재단과 영화 배급사 및 제작사, 영화진흥위원회에도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았다. 성지훈 참석자는 ‘장애인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시고 한글 자막을 넣어 영화를 동시에 개봉해줘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했다. 앞으로도 배리어프리 영화 개봉이 지연되지 않고 만들어지는 시스템이 구축되면 좋겠다고도 덧붙였다.




이렇게 호응이 클 줄 몰랐어요



장애인복지 종사자 신명순 씨는 처음 한국장애인재단의 제안을 받고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행사에 대해 홍보하는 역할을 도맡았다. 수어 통역사로서 상영회 시작 전후 한국장애인재단 관계자들과 배우, 스탭들의 대사 통역도 담당했다.




신명순 종사자



신명순(장애인복지 종사자)

"이날 150여 명의 청각장애인분들이 모여주셨는데 사실 이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에요. 이만큼 큰 관심이 모였다는 건 콘텐츠가 좋았기 때문에 있을 수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해요. 범죄도시4라는 기대작이 자막과 함께 동시 개봉한 거니까요. 저희가 예상한 시점보다 빠르게 참여가 마감됐어요. 오고자 했는데 못 오신 분들도 있었고, 마지막까지 오려고 노력한 분들도 많았죠. 관심을 많이 가져주셔서 깜짝 놀랐어요."



청각장애는 다소 특별한 장애라고 신명순 씨는 말한다. 지체장애인은 휠체어를 타거나 경사로 등 배리어프리 시설이 마련된 공간에서는 장애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시각장애인도 점자나 소리 등 보조 시설이 있으면 비교적 열린 세상에서 생활할 수 있다. 반면 청각장애인들은 '소통'을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비장애인들이 수어를 배워야만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통역사가 늘 붙어있어야 한다.



청각장애인들의 소통에 대한 접근성이 개선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부분은 무엇일까. 신명순 씨는 '교육'과 같은 거창한 말보다는 일단 ‘관심’에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청각장애는 장애 유형 중 지체 장애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유형이다. 그리고 장애인의 대다수가 선천적 장애인이 아닌 후천적 요인으로 장애를 가지게 된 사람들이다. 누구나 장애인, 특히나 청각장애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청각장애를 갖게 된다고 해도 일상생활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이들의 존재에 대해 관심을 두고 함께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좋을 것 같다는 소망을 전했다.



수어 통역사의 '입'인 손을 잘 보이게 하기 위해 까만색 옷을 아래위로 맞춰 입은 신명순 씨는 배리어프리 상영회를 계기로 복지관 장애인들의 새로운 수요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 범죄도시4 무대인사 현장



신명순(장애인복지 종사자)복지관을 이용하는 연령대가 다양하지만 주로 낮시간에 운영되는 시설이다 보니 어르신들이 많이 이용하세요. 그런데 이번에는 홍보 타겟을 젊은 층으로 잡아봤어요. 젊은 층들이 참여할 수 있는 주말 시간으로 행사를 기획한 거죠. 영화에 대한 수요가 많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이번 행사 결과와 호응도를 보시고 더 많은 기회를 찾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날 상영회에는 150여 명의 청각장애인 관객만큼이나 많은 기부자들도 참여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행사의 뜻깊은 취지에 대해 알게 됐다는 김은미, 장동주 씨는 영화와 배우들을 볼 수 있었다는 점 외에도 많은 부분을 얻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부자 장동주, 김은미



김은미(기부자)

"영화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간단한 수어도 배울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여러모로 뜻깊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장동주(기부자)

'"국민영화'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많은 범죄도시4를 배리어프리 영화로 볼 수 있어서 영광이었어요. 한국 영화를 자막을 넣고 본다는 게 좀 생소했는데 오히려 영화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잘 기억할 수 있었고, 또 영화 음악의 분위기를 묘사해 주는 자막 덕분에 연출의 의도를 엿볼 수 있었다는 점도 좋았던 것 같아요."




김무열, 박지환 배우



두 기부자는 상영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을 무대인사로 꼽았다. 콘서트는 많이 다녀봤는데,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을 영화가 끝난 직후 바로 보는 경험은 처음이었다고 한다. 배우들과의 소통 시간이 끝나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이들에게 상영회는 색다른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도 말했다.


장동주 기부자는 3~4년간 따로 후원을 하고 있을 만큼 평소 기부 활동에 관심이 있는 편이다. 그는 배리어프리에 대해 막연히 갖고 있던 편견이 상영회를 계기로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배리어프리 영화라고 하면 몸이 불편하거나 장애가 있는 분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 생각해서 멀게 느껴졌는데 오히려 비장애인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비장애인들도 배리어프리 영화에 익숙해지면 더 많은 배리어프리 영화가 개봉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영화 범죄도시4 무대인사 현장



기다리던 새 영화가 개봉하자마자 티켓을 예매해 극장을 찾는 설렘. 장애인들에게도 이 설렘을 선사하기 위한 노력은 이어질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이 노력에 호응하고 동참할 수 있도록 한국장애인재단의 다양한 시도 역시 지속될 예정이다.


취재 : 황신아, 선아

사진 : 홍경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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